美 합참, 中 극초음속미사일에 “스푸트니크 순간 가까워져…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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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스푸트니크의 순간(Sputnik moment)’이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군 최고위 인사가 중국의 극초음속 시험발사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공개 우려를 표명한 첫 발언이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직후 이뤄진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패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경계심이 크게 높아져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밀리 의장은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최근 시험에 대해 “우리가 본 것은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 ‘스푸트니크의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우리의 모든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순간’은 1957년 10월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미국 등 서방에 충격을 안겼던 때를 의미하다. 미국은 이때부터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이 첨단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주변국을 긴장시켰으나 당시 중국은 “일반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였다”고만 했었다. 러시아도 10월 바렌트해 해상의 잠수함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고, 심지어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은 21일 알래스카 코디액기지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가 부스터 로켓의 작동 불발로 실패했다. 4월 B-52 폭격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험에 실패한 데 이어 또 다시 쓴맛을 봐야 했다. 보수 성향의 매체인 폭스뉴스는 ‘중국은 성공했는데 미국은 못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미국은 이날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침묵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밀리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의 시험발사가 냉전 시대 군비경쟁에 대한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핵무기 생산 확대를 포함한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외에 신형 잠수함 개발, 핵무기 생산 증가 움직임 등도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밀리 의장은 “향후 10년, 20년, 25년 내에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도전이 중국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해온 군사적 발전은 정말로 중대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른바 ‘전쟁의 성격’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우리 군이 진전하도록 이에 적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극초음속 미사일과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기술을 시험, 개발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응 능력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시아에서 북한을 걱정해야 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북한은 잔인하고 사악하며 난폭하고 매우 공격적이며, 파악하기가 어려운 한 개인이 이끌고 있는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군 병력의 70%를 비무장지대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있고, 서울이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43km밖에 떨어지지 않아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늘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가 매우 면밀히 주시하는 나라”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 어떤 충돌도 원하지 않으며 전쟁 억지를 원한다”면서도 “이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한국에 대해 우리의 (상호방위) 협정에 따른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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