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X’로 표시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성별을 규정하지 않은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공식 신분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받은 성소수자의 신상은 개인정보 보호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신분증에 표시된 성별을 바꾸려면 의사로부터 ‘전환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다만 이제부터는 의사 소견 없이 개인이 자신의 성별을 선택해 표시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성별 표기와 관련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덧붙였다.
제시카 스턴 미 성소수자 인권 외교 특사는 “이번 조치는 이전 ‘남’과 ‘여’ 보다 더 많은 인간의 성 특징이 있다는 현실을 정부 문건에 담은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축하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정부에 ‘성별 X’를 표기한 여권과 신분증을 발급해달라는 성소수자들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GLAAD의 한 활동가에 따르면 간성,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사람),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신원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신분증이 없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지난 6월 30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소수자를 위한 여권 발급 절차 개정을 발표했었다. 다만 광범위한 시스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올 연말까지 적용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달 첫 발급이 시작된 것이다.
이같이 ‘성별 X’가 표기된 여권은 미국 외에도 10여 개국은 이미 여권 성별 표기에 제3의 선택지를 추가해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 최소 11개국에서 ‘성별 X’ 여권이 발행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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