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평가로 대학입시 바꿔야[기고/김세직]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10-27 03:00수정 2021-10-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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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극 중에서 참가자들이 목숨까지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까닭은 456억 원이라는 로또 수준의 상금 때문이다.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는 이렇게 사람들을 강력하게 움직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로또 수준의 인센티브 역할을 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학입시제도다. 1960∼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누구나 대학, 특히 명문대에 합격하기만 하면 인생 행로를 한 방에 바꿀 만큼 평생에 걸친 보상이 주어졌다. 가위 ‘입시 로또’였다. 이에 ‘4당 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학생들이 공부에 전력투구했다. 모두 공부에 경쟁적으로 투자함에 따라, 나라 전체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인적자본이 급속히 증가해 8% 이상 초고속성장에도 기여했다. 좋은 일자리도 계속 창출됐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대학입시의 순기능이 급속히 약화됐다.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면서 좋은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취업절벽과 청년실업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 속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대학입시가 순기능을 잃게 된 이유는 시대착오적인 모방형 입시의 답습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및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기존 지식을 외워 익힌 모방형 인적자본은 절반 이상 쓸모없어졌다. 이런 가운데 새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인적자본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럼에도 대학이 아직도 모방형 인적자본 중심으로 선발하니, 학생들은 할 수 없이 기존 지식을 반복 암기하느라 정작 창의력을 키우지 못하고, 창의교육을 위한 일선 교사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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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저서 ‘모방과 창조’(2021년)를 통해 대학입시가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대입선발 기준으로 채택해 인센티브를 180도 전환시켜야 한다. 창의력을 키운 학생에게 합격의 보상을 주어야 학생들이 창의적 능력을 열심히 키우게 되고 그래야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의적 인재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부터 나서서 입시에서의 창의력 평가 방법을 확립해야 한다. 이미 유용한 방법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답이 없는 ‘열린 문제’를 주고 학생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답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경제 과목이라면 “일 년 내내 섭씨 30도가 넘는 불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서 얼음을 화폐로 사용하는 방법은?” “시간을 저축하는 방법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얼마나 참신하게 답했는지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때 창의성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이 동시에 평가하는 ‘상호주관적 평가방법’을 활용해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 입시의 인센티브 효과는 너무나 강력하기에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창의력을 선발 기준으로 채택한다고 선언만 해도 초중고교 교육은 바뀔 것이다. 창의적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면 나라의 성장률도 바뀔 것이다. 나라의 변화를 이끌 입시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학입시#대학입시제도#변화#창의력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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