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자국 의료장갑, 새것 둔갑해 美유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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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尼서 사용한 일회용 장갑, 태국서 세척해 수천만개 수출
FDA, 신고 받고도 적발 못해

태국 수출업체 ‘패디 더 룸’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된 일회용 니트릴 장갑들. 손가락 부분에 이미 사용된 듯 얼룩들이 묻어 있다. CNN TV 화면 캡처
태국 수출업체 ‘패디 더 룸’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된 일회용 니트릴 장갑들. 손가락 부분에 이미 사용된 듯 얼룩들이 묻어 있다. CNN TV 화면 캡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이 일회용 장갑과 방호복 등 의료용 개인보호장비 공급난을 겪고 있을 당시 이미 사용한 일회용 의료 장갑이 새것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대거 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CNN방송은 24일 수개월간의 추적 끝에 이미 사용됐거나 가짜인 일회용 니트릴 장갑 수천만 개가 태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니트릴 장갑은 합성고무 소재인 니트릴 라텍스를 이용해 만든 일회용 장갑으로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장갑들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사용된 후 태국으로 넘겨져 세척되고 드라이어에서 말려진 뒤 재포장돼 수출용 새 상품으로 둔갑했다. 지난해 12월 태국 보건당국 단속반이 방콕 교외의 이런 시설들을 급습했을 당시 제품들에는 먼지가 묻어 있거나 심지어 핏자국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창고 한쪽에서는 장갑들이 새것처럼 보이도록 염색하기 위해 파란색 염료를 풀어 놓은 플라스틱 대야도 발견됐다. 이 중 일부는 올해 7월까지도 계속 수입됐다고 한다. CNN방송은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미국과 태국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과 3월 이런 신고를 받았으나 검역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병 이후 의료용 보호장비에 대한 수입 규정이 한시적으로 완화 혹은 적용 중단된 상태에서 불량상품이 대거 미국으로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 전문가인 더글러스 스테인 씨는 “이 니트릴 장갑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품이 돼 버렸다”며 “조사당국이 보고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불량 상품들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로도 수출돼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핏자국#의료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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