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언’ 대 ‘막말’ 리스트 치고받는 野 경선 창피하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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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대위장 영입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김태호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동선대위장 영입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김태호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캠프는 2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실언·망언 리스트’ 25가지를 모아 보도자료로 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도 홍 의원의 ‘성차별·막말 리스트’ 25가지를 내놓았다. 두 주자 캠프는 서로를 향해 각각 “윤 전 총장의 입은 우리 당 지지율을 하락시킬 리스크로 가득하다” “막말 경연대회를 연다면 홍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상대의 도덕성과 자질을 놓고 격한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여온 두 사람이다. 정책과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할 TV토론에서도 두 주자 간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비아냥거림만 이어지기 일쑤였다. 두 주자는 이젠 아예 상대의 천박한 인식과 저열한 품성을 의심케 하는 논란의 발언들을 모아 ‘망언 제조기’ ‘막말 종결자’로 낙인찍는 비방전을 펴고 있다. 홍 의원 측은 ‘부정식품 먹을 자유’ 같은 윤 전 총장 발언을, 윤 전 총장 측은 ‘바퀴벌레 비유’ 같은 홍 의원 발언을 문제 삼았다.

언론자유확대 공약 발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정부가 가진 언론에 대한 모든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언론 자유 확대·미디어 혁신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언론자유확대 공약 발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정부가 가진 언론에 대한 모든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언론 자유 확대·미디어 혁신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아가 두 주자는 상대의 가족마저 공격 대상으로 삼고 나섰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 부인이 후원회장을 맡은 것을 두고 “선거가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는데…”라고 비꼬았고,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부인을 향해 “소환 대기 중이어서 공식 석상에 못 나온다”고 맞받았다. 이러니 당내에서조차 “둘 다 피장파장 도긴개긴”이라며 ‘공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손가락질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홍 의원 측이 먼저 리스트를 발표하며 윤 전 총장 깎아내리기에 나섰지만 당장 맞닥뜨린 것은 홍 의원 자신의 부끄러운 발언 리스트였다. 상대의 옛말을 뒤져 반격한 윤 전 총장 측의 대응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제 살 깎아먹기 식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여당 후보의 상스러운 욕설보다는 낫다고 주장할 셈인가. 대선 정치판에서 품격 있는 언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국민 언어와 정서까지 오염시키는 험악한 입놀림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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