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연 매력에 푹”… 러브콜 쏟아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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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중단된 지 1년 반 “격리비용까지 대신 지불하겠다”
국악 무용 등 해외 초청공연 봇물… 유럽 시작으로 미주지역 재시동
“한류 콘텐츠 인기 정점 치달아” 현지서 매회 기립박수 세례

해외 공연에 나선 한국 공연 단체들. 위쪽 사진부터 이달 네덜란드 공연을 앞둔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첼로가야금‘, 러시아에서 이달 초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9월부터 유럽 투어 중인 ‘안은미컴퍼니‘. 예술경영지원센터·모던테이블·안은미컴퍼니 제공
해외 공연에 나선 한국 공연 단체들. 위쪽 사진부터 이달 네덜란드 공연을 앞둔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첼로가야금‘, 러시아에서 이달 초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9월부터 유럽 투어 중인 ‘안은미컴퍼니‘. 예술경영지원센터·모던테이블·안은미컴퍼니 제공
팬데믹 전까지 세계 무대를 누비던 한국 공연 예술인들이 해외 초청 공연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초청 공연이 중단된 지 약 1년 반.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던 ‘K공연’은 9월부터 러시아, 영국, 벨기에 등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로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공연 관련 방역 기준을 완화함과 동시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라별로는 러시아의 초청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공연들이 연기됐다가 올해 다시 마련됐기 때문. 김재덕 안무가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은 이달 8,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체호프 국제연극제의 폐막 공연작으로 ‘다크니스 품바’를 공연했다. 무용수, 제작진 12명이 함께한 공연단은 몇 달 전부터 백신 접종과 항공편 예약을 마쳤다. 하지만 공연 5일 전 항공사가 이유 없이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모던테이블의 이미진 PD는 “추가 비용을 내고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 경유 비행기에 하루 먼저 탑승했다. 공연 성사가 이토록 불투명했던 때가 없다”고 털어놨다. 추가 비용은 체호프국제연극제 측이 지불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후 연극제 측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관객들이 이토록 좋아할 줄 알았기에 행사를 취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문고, 판소리를 곁들인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블랙스트링’도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3회 공연을 마쳤다. 이달 말에는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공연을 위해 떠난다. 거문고 명인이자 블랙스트링 리더인 허윤정은 “해외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만큼 객석은 안정된 분위기지만 여전히 무대는 긴장된다”며 “관객층이 젊어졌고 매회 기립박수가 나오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공연에 대한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현대무용 안무가 허성임과 무용단 ‘시나브로 가슴에’도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공연을 마쳤다.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첼로가야금’과 ‘악단광칠’은 각각 유럽, 미주 투어를 앞두고 있다. ‘안은미컴퍼니’는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유럽 8개 도시에서 공연 중이다.

해외 공연은 초청 국가의 방역 기준은 물론 귀국 후 국내 방역지침도 따라야 하기에 공연 외적으로도 신경 쓸 일이 많다. 출국 전 수시로 받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기본. 72시간 내 PCR 진단검사 음성 확인서와 백신 접종 증명서도 필수다. 방역지침, 출국시점, 공연일자가 하나라도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를 감수하고서도 해외로 향하는 건 무대에 대한 갈증이자 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 때문. 허윤정은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책임감과 자긍심은 그대로다. ‘우리를 잊진 않았을까’ 걱정도 되지만, 한류 열풍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우리 공연을 마주할 관객 반응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공연단이 귀국 후 한국에서 자가 격리할 비용까지 지불하겠다고 밝힌 주최 측도 많다고 한다. 악단광칠의 천재현 대표는 “한류 콘텐츠 사랑이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정은 공연예술유통팀장은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처럼 한국 아티스트와 공연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져 내년엔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k-공연#해외초청공연#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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