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12년만에 날았지만…정부 조직은 14년 흘러도 여전히 ‘과’ 단위

뉴스1 입력 2021-10-24 07:37수정 2021-10-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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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1.10.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2021.10.2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참관을 마치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과기부 내에 우주개발국을 신설하는 등 정부 차원의 우주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우주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전담 조직 필요성에 많은 분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이 두 발언은 우주 전담 조직(소위 ‘우주청’·Korea Space Agency)에 대한 과학기술 주무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은 같지만, 무려 14년의 간극이 있다. 첫 발언은 2007년 김우식 과학기술부 장관이, 두 번째는 2021년 10월21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누리호 발사 후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또 14년을 뛰어 넘은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우주 정책 전문성을 가진 관료가 키워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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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우주는 SF영화속에나 나올 법한 상상의 세계가 아닌 미래과학 기술의 결집체이자 민간산업이 태동하는 현실의 세계로 성큼 다가왔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좌우되는 우주정책에 필요한 필요성이 더 넓고 깊어졌다는 뜻이다.

◇14년 전의 아이디어가 여전히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지는 상황

당시 김우식 과기부 장관이 말한 우주개발국 추진 방향은 Δ우주개발심의관 Δ우주정책과 신설 Δ기초연구국의 우주기술개발과와 우주 협력팀을 우주개발국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실현되어 우주기술심의관이 생기는 등의 변화로 이어졌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과기부, 교과부, 미래창조과학부, 과기정통부 부처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우주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우주기술과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두 곳이다. 14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2007년의 우주담당‘국’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2021년 ‘우주청’ 논의로 이어졌다.
우주국과 같은 중간 형태가 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우주청 논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 오래된 아이디어가 정책 및 행정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과 맞물려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 대안에도 한계는 있다. 현재 2개 과에 나누어진 것을 국으로 통합하더라도, 순환보직에 따른 인사이동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순환보직에 따라 단시간 업무를 맡으며, 전문성있는 관료로 성장하기 어렵고, 정책의 연속성있는 추진이 불가능에 가까우며, 책임감도 떨어지기 쉽다.

탁민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과 달리 호흡이 길다. 예산이 있다고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학기술부의 경우, 우주에 대한 전문 인력도 없고, 일 년에 네 번 담당 과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애착과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주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을 뛰어다니며 설득하기도 어렵고, 미 항공우주국과 같이 해외의 항공우주 전문 조직과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도 어렵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교수들이 각종 위원회에서 제안을 해도 위에서 깨지기 쉽다고 싶으면 (관료들이) 묻어버리기 쉽다”고 꼬집었다.

◇한국 논의는 제자리 걸음, 우주 역량 중요성과 범위는 넓어져

한국의 우주 행정 조직 논의가 큰 변화없이 머무른 사이에 ‘우주 전담 조직’에 요구되는 역할은 급속히 늘어났다.

2007년 열린 제2회 우주개발진흥전략심포지엄에 대한 당시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장영근 한국과학재단 당시 우주전문위원의 제안이 나온다. 대한민국 우주청(Korea Space Agency) 설립을 중장기적 추진 우주개발정책 수립 및 추진 효율성을 제고하고 우주개발에 필요한 자원의 통합적 관리를 하자는 것. 당시 포럼에는 정부부처, 산업계·학계·연구계 관계자, 언론인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이때의 보도를 살펴보면, 주로 개별 부처에 흩어진 우주 정책 기능을 모아 종합적 정책 조정, 안정적 예산확보, 기본 계획 수립 및 정책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때의 언급된 우주 전담 기관의 역할은 주로 과학·기술, 산업, 안보라는 전통적인 우주 정책의 틀을 중심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논의가 변화로 이어지지 않은 사이, 2010년대에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의 대두, 발사 비용 효율화 성공에 따른 우주 진출 가속화, 국제 우주 경쟁의 심화와 같은 환경 변화가 급속히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우주 정책의 범위가 넓어지고, 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1년 현재 우주정책은 종합적인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9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개최한 제1회 우주정책포럼에서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SPREC) 정책연구2팀장은 “대내외 환경변화에 맞춰서, 국가 우주정책을 고민할 때는 우주는 국가 주요 인프라이자 국가 간 경쟁을 통해서 확보해야 하는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정책이나 방향을 설계할 때 탄탄한 연구 개발 정책위에 국가안보, 경제, 외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우주 협력을 위한 외교 전문성 강화와 긴밀한 정책 대응도 우주 관련 조직에 요구되는 주요 역량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미사일 지침 종료’가 고체 발사체의 우주 활용성 강화라는 기회로 연결되는 것처럼 외교는 우주 산업의 육성 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차기 행정부로 넘어가는 ‘우주 전담 조직’ 신설 논의

지난 21일 누리호 발사 후 임혜숙 장관은 우주전담조직에 대한 질문에 “전문성 연속성을 가진 조직 필요성에 공감이 있을 것 이를 언제 할지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같은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전임인 최기영 장관 때도 동일했다. 최 장관은 2021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 우주 기술 개발 조직 개편에 대한 입장을 그는 “(우주청과 같은) 독립적 기관 있으면 사업이 좀 더 힘을 받을 것 같다”면서도 “관련 조직을 어느 소속을 할 거냐 등 복잡한 문제가 여럿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열심히 하고, (우주 관련) 조직개편 문제는 다음번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우주청과 같은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안전부 논의, 국회의 정부 조직법 개정 등 행정부와 국회를 아우르는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행정부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논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간간이 우주청과 같은 우주전담조직 신설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등의 시도는 있었지만, 현안에 밀려 불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추진된 것이 국가우주위원회의 격상이다. 국회와 행정부는 2021년 과기정통부가 주재하던 ‘국가우주위원회’를 11월부터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되어 운영하기로 제도 개편을 마쳤다. 국무총리 산하로 바꾸어, 부처를 아우르는 정책 추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산하에 Δ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Δ위성정보활용실무위원회 Δ안보우주개발실무위원회를 두어 비군사·군사 우주 정책을 아우르는 진전이 있다. 하지만 예산권한이 없고, 전문성·연속성있는 우주 정책 관료 육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도 있다.

‘국가 전략’으로서의 우주 정책이 전문성·연속성있는 관료와 조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정책 추진 및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대선으로 행정부 전체가 재구성되는 현재 시점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주전담조직 신설 입장을 밝혔지만, 역할과 구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누리호 발사 직후 정치권 반응을 보면,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는 주로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약속하는 등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을 보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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