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반짝반짝 빛나는 원고를 쓰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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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김태한 지음/232쪽·1만5000원·마인드빌딩

이호재 기자
이호재 기자
매주 문학·출판 담당 기자에겐 수백 권의 신간이 배달된다. 책을 소개해 달라고 출판사가 보낸 홍보용 책이 대부분이지만 작가가 직접 보낸 책도 수십 권 된다. 책이 들어 있는 황색 봉투 겉면에 ‘담당 기자 귀하’라 쓰고 행여 봉투가 찢어질까 스카치테이프로 수십 번을 포장한 것도 있다. 가급적 많은 책을 검토하려 하지만 시간상 모든 책을 제대로 읽진 못한다. 제목이나 만듦새가 조악한 책은 빠르게 훑고 다른 책을 검토한다.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출간 팁을 담은 글쓰기 책이다. 출판 기획자인 저자는 매일 원고를 검토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저자에게도 업무시간이 한정돼 있는 만큼 원고를 거르는 데엔 제목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책의 주제가 담기지 않은 제목의 e메일은 열지 않는다. “먼저 전화 오는 출판사에서 출간하겠다”며 타 출판사와의 경쟁을 부추기는 제목의 e메일도 보지 않는다. 제목이 흥미로워 열어봤지만 첫 문장부터 오탈자 범벅인 원고도 있다. 저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시 수정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출판 기획자에겐 검토해야 할 원고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역량이 부족해 귀하의 책을 출간할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거절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선 ‘출간 기획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출판 기획자의 눈에 들기 위해선 원고의 핵심을 요약한 기획서가 도움이 된다는 것. 기획서엔 자신의 책이 왜 출간되어야 하는지, 누가 읽어야 하는지, 책의 주제와 기획 의도는 무엇인지가 간결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출간 기획서가 있는 원고는 매력적이다. 저자는 “원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가 그 원고를 열어보게 하는 힘에 있다”며 “출간 기획서는 핵심만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예비 저자와 짧은 시간을 들여 결정해야 하는 출판사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출판사를 고를 때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책의 분야를 고려해 자신의 책에 관심을 기울일 출판사에만 투고하라는 것. 큰 출판사를 무조건 선호하거나 무작위로 여러 출판사에 투고하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다. 또 투고할 때 출판사의 이름을 틀리게 적는 건 성의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책을 출간하는 데 ‘최소’ 2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출판사 직원의 월급과 1쇄 인쇄 유통·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결국 출판사에 시장성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출간은 불가능하다. 작가가 출판사에 초판은 무조건 팔린다며 호언장담하거나 자신의 원고가 왜 계약되지 않았는지 따져 물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원고를 쓰고 나선 어떻게 내 책을 출판사에 소개할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발견되는 한 알의 진주가 되려면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법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원고#투고#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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