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음 중 깨끗한 물그릇의 주인을 고르시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송현수 지음/248쪽·1만5000원·MID
◇소재, 인류와 만나다/홍완식 지음/360쪽·1만8000원·삼성경제연구소

정답은 가운데의 고양이다. 신간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 따르면 낮은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각을 극도로 발달시킨 고양이는 코에 물이 묻는 걸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정답은 가운데의 고양이다. 신간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 따르면 낮은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각을 극도로 발달시킨 고양이는 코에 물이 묻는 걸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개와 고양이를 모두 길러 본 사람이라면 두 동물이 남긴 물그릇 주변이 서로 완전히 딴판이라는 사실을 알 테다. 얼핏 보면 비슷한 방식으로 물을 마시는 것 같지만 개의 물그릇 주변에는 물난리가 나는 한편 고양이 물그릇 주변은 물 한 방울 없이 깔끔하다. 왜 그런 걸까.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서 과학적 호기심을 발동시킨 생활밀착형 과학책 2권이 출간됐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동식물의 모습을 유체역학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흥미로운 과학지식을 전달한다.

개와 고양이 물그릇의 비밀은 바로 이들의 ‘혀’에 있다. 개와 고양이 모두 혀를 물에 댔다 떼 표면장력으로 혀끝에 달라붙은 물을 마신다. 개는 혀를 말아서 국자 모양으로 만들어 물에 푹 담그는 반면 고양이는 혀를 세워 끝만 살짝 물에 대는 것이 차이점. 이 과정에서 개의 혀에 고였던 물은 대부분 다시 흘러나와 자연스레 물그릇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저자는 개와 고양이의 신체 특징 및 기본성격에서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다소 활발한 성향의 개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장구도 치지만 고양이는 물을 매우 싫어한다. 고양이 헤엄이나 개 세수가 없는 이유다.

이런 식의 관찰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인간은 동물의 생김새와 신체 활용 방식에서 수많은 발명품의 영감을 얻어 왔다. 복어의 한 종류인 거북복은 ‘상자 물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네모난 형태의 물고기다. 거북복이 뒤집히거나 흔들리는 일 없이 다른 물고기보다 더 안정적으로 수영하는 이유를 과학자들은 거북복의 독특한 체형이 주위에 발생시키는 물 소용돌이에서 찾았다. 이 발견은 초음속 여객기의 하나인 콩코드 여객기나 우주왕복선 같은 삼각 날개 항공기에 적용됐다.

식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로봇에 적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오이 호박 포도 같은 덩굴식물은 줄기가 물체에 닿으면 그 반대편 세포의 생장 속도가 빨라져 곧게 자라지 않고 물체 쪽으로 휜다. 이탈리아 공학 연구소의 연구진은 최근 덩굴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잘 휘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덩굴손이 액체를 이용한 삼투 현상으로 세포 내 팽압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구진은 탄소 전극에 이온을 흡착시키는 방식으로 이온 액체를 이동시켜 로봇의 작동을 구현했다.


이번엔 동식물 대신 사물로 눈을 돌려 보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휴대전화 케이스, 유리잔, 신발 밑창의 고무 등…. ‘소재, 인류와 만나다’의 저자는 우리 눈에 밟히는 다양한 물건의 소재에 집중해 해당 소재를 우리 인간이 언제부터 활용했고, 이것이 인간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20세기까지의 소재 역사는 돌부터 플라스틱까지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날카로운 것이 필요했던 최초의 인류는 돌을 깎음으로써 자연물을 ‘소재화’하는 법을 터득했고 금속, 콘크리트, 유리, 고무 등을 거쳐 20세기 기적의 신소재인 플라스틱까지 왔다.

저자는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짚는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총 질량이 2020년을 기점으로 자연에서 만들어진 생명체의 총 질량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는 것.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활 속 과학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두 책을 권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실용 과학#문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