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협약 초안의 ‘이익환수’, 결재과정서 빠져”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5년 5월 대장동 업무 도개공 직원, “환수 조항 기안했는데 빠져” 檢 진술
유동규 개입-성남시에 보고여부 수사… 檢, 전담수사팀 구성 22일 지나서야
성남시청 시장실-비서실 압수수색, 유동규 뇌물혐의 기소… 배임 보강수사
남욱, 동업자들 대화 녹취파일 檢제출
성남시청 시장실-비서실 압수수색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담은 박스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찰이 2015년 5월 대장동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한모 씨로부터 “사업협약서 초안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기안했는데, 결재 과정에서 빠졌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경 한 씨는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할 경우 지분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사업협약서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약 7시간 뒤인 오후 5시경 이 내용이 빠진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이틀 뒤인 5월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는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8일 국정감사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일 국감에선 “(2015년) 그때 보고받은 게 아니고, 이번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전임 황무성 사장의 중도 사퇴로 2015년 3월 11일 사장 직무를 맡게 됐다. 같은 달 27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같은 해 6월 화천대유 측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내용에 대한 성남시 보고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1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시장 비서실, 부속실 PC와 업무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5년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의 이메일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22일 만이다.

주요기사
검찰은 또 2013년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3억5200만 원을 받고, 2014∼2015년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700억 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유 전 직무대리를 기소했다. 구속영장에 포함된 유 전 직무대리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불러 첫 대질 조사를 했다. 남 변호사는 2013∼2014년 동업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녹취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감에서 “토지 개발과 관련해 민간이 과도한 불로소득을 얻지 않도록 방지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내놓겠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천대유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 “성남시에서 자료가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초과이익 환수’ 기안 직원 “삭제든 미채택이든 빠진건 마찬가지”
이익환수 조항 어떻게 빠졌나


“(초과이익 환수 조항 포함 방안을) 기안을 했고, 나중에 빠지게 됐다.”

2015년 5월 대장동 개발사업 업무에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소속 한모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삭제냐, 미채택이냐’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기안을 했다가 빠진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8일 국정감사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미채택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2015년 2월 공모지침 배포 직전, 또 같은 해 5월 사업협약서 완성 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두 차례나 묵살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초과이익 환수 조항’ 실무진 의견 두 차례 묵살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34분경 한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사업협약서의 검토 의견서 공문을 개발사업1팀장에게 보고했다. 해당 공문에는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m²당 1400만 원)를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불과 7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필요성이 제외된 내용의 공문이 담당 팀장을 거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보고됐다. 이 조항이 빠진 사업협약서는 이틀 후인 5월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를 통과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협약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간 수익 배분 구조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문서로,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2015년 2월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전략사업실 정민용 투자사업팀장(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 사업자 모집을 위한 공모지침서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실무부서인 개발사업2팀과 개발사업1팀에 각각 공모지침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내라고 했다.

개발사업2팀의 이현철 팀장은 공모지침서 초안을 검토한 후 “향후에 보상을 하고, 택지 조성까지 하려면 최소 1, 2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의 경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플러스알파’의 검토를 요한다”면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필요성을 수기(手記)로 작성해 보고했다. 개발사업1팀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하지만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2월 13일 이 같은 조항을 뺀 채 공모지침서를 배포했다.

○ 野 “‘초과이익 환수’ 이메일 보고 직원 업무 배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감에서 “2015년 2월 개발사업1팀 파트장이 정민용 변호사에게 ‘공모지침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자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이 파트장을 질타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질타한 내용은 왜 이런 내용을 메일로 보내서 근거를 남기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대해 성남시에 보고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1일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오후 9시까지 성남시청 시장실과 시장 비서실, 부속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성남=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초과이익 환수#대장동 개발#이익환수 조항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