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택 확진자, 병원 이송중 숨져…전담구급차 출동 지체

조건희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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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후 병원도착 1시간넘게 걸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재택치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 이송 중 숨지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119에 신고했으나 응급실 도착까지 1시간 넘게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시작되면 재택치료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이송체계 등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구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 A 씨(68)는 이날 오전 6시경 호흡이 가빠지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A 씨의 보호자가 오전 6시 51분 119에 신고했고 19분 후 구급대가 도착했다. 오전 7시 22분 동대문구에 있는 응급실 병상이 배정됐다. 하지만 A 씨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구급대가 음압형 이송장비를 갖추지 않은 일반 구급대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담 구급차, 방역조치 안돼 출동 지체… 재택치료 허점
재택 확진자 이송중 사망

음압형 이송장비를 갖춘 ‘코로나19 전담 구급대’는 감염 방지를 위해 구급차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감싸는 ‘래핑’ 작업 등 방역조치가 미처 완료되지 않아 신고 접수 즉시 출동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전담 구급대가 방역조치를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A 씨 자택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30분경이었다. 이미 A 씨 상태가 위급해 동대문구까지 옮길 여유가 없었다. 7시 50분경 A 씨는 종로구의 다른 병원으로 재배정됐다. 8시 5분경 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했다. 이송 중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가 이뤄졌지만 A 씨는 도착 직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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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 후 39분 만에 전담 구급대 도착

A 씨는 최근 코로나19로 확진됐지만 증상이 약하고 기저질환도 없어 본인의 뜻에 따라 재택치료 중이었다. 코로나19 환자가 재택치료를 받던 중 숨진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병상 배정을 기다리거나 경증 환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 입원 중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며 사망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경증으로 분류된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 재택치료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응급이송 세부계획을 세울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재택치료 환자가 A 씨처럼 응급 상황에 빠졌을 때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길 이송수단과 의료기관을 미리 확보하는 게 계획의 핵심이다.

하지만 A 씨의 경우 이송수단 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일반 구급대는 A 씨를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대기했다. 코로나19 전담 구급대는 미처 출동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 “재택치료 10만 명 대비해야”

20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는 2345명이다. 전체 격리 치료 대상자의 약 10% 수준이다. 특히 서울(1105명)과 경기(976명), 인천(146명) 등 수도권에 많다. 11월 초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가 재택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방역 전문가들은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1만 명으로 늘어날 경우 재택치료 대상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재택치료를 확대한 일본은 재택치료자가 10만 명을 넘어서자 집에서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이 숨지는 일이 속출했다. 빈 병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근처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1441명으로 집계됐다. 뉴시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이 A 씨의 사망 사례를 세밀하게 검토한 뒤 재택치료 환자들의 응급 이송체계를 미리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119구급대에만 의존할 경우 이송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전국의 119 구급차는 지난해 말 기준 1558대인데, 음압형 이송장비를 갖춘 특수 구급차는 그 수가 훨씬 적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재택치료에 대한 신뢰가 위드 코로나의 성패로 직결될 것”이라며 “환자 응급이송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재택치료 사망#코로나 환자#출동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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