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피로감, 진짜 나무가 달래줬죠”[덕후의 비밀노트]

전채은 기자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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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낸 생태작가 장세이씨
서울살이 20년지나 자연 간절해져… ‘숲 해설’ 교육받고 자격증 취득
제주도 한 해 살이… 식생 달라 재미나 “자연 정취 느끼기 좋은곳은 창경궁”
장세이 씨는 “숲은 영감을 얻는 곳이다. 글에든, 디자인에든, 삶에든 예상치 못했던 영감을 얻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세이 씨 제공
에세이 ‘숨 쉬러 숲으로’(문학수첩)를 15일 출간한 장세이 씨(44)는 요새 제주 곶자왈과 오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숲 덕후’인 장 씨는 20여 년간의 잡지 기자, 편집자 생활을 잠시 쉬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한 해 살이 중이다. 어릴 때부터 숲을 좋아하던 그는 2014년 산림청의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듬해에는 서울 종로구 창덕궁 옆에 생태 책방 겸 문화공간인 ‘산책아이’를 열어 생태 고전을 판매하고 각종 생태 관련 강좌를 기획하기도 했다. 숲의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매료시켰을까. 18일 그의 이야기를 전화인터뷰로 들어봤다.

―숲과 나무를 언제부터 좋아했나.

“고향이 부산의 평야지대다. 어린 시절 살던 집 주변에는 논밭이 드넓게 깔려 있어서 땅의 얼굴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았다. 모내기 풍경이 보이면 봄이었고 황금밭이 펼쳐지면 여지없이 가을이었다. 시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산 기억이 거의 없다. 필요한 음식들은 대부분 우리 밭에 있었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20년 이상이 흐르자 다시 자연이 간절해졌다.”

―숲 해설가라는 직업은 아직 생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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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직업이다. 어느 날 정처 없이 종로를 걷다 빌딩숲이 너무 지겨워서 인터넷 창을 열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찾아봤다. 한 달짜리 입문 교육을 먼저 받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가르쳐서 마음에 쏙 들었다. 수종을 달달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숲을 걸으며 배운 지식을 바로 접목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면 소나무를 올려다보게 하고 하늘이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아픈 나무인지 건강한 나무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서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숲 해설가는 추천하고픈 직업인가.

“아직 안정적인 자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공원이나 숲에서 운영하던 숲 해설 프로그램도 많이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격증 교육 기관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산책아이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했나.

“2015년 시작해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기 전까지 한국의 좋은 생태 수필, 그림책을 수집해 판매하고 생태 강좌를 50∼60회 열었다. 나무나 풀 같은 일반적인 주제부터 박찬일 셰프에게 듣는 음식 재료로서의 풀, 성석제와 장석주 등 문학 작가들이 말하는 문학 속의 자연 등 한 분야에 특화된 주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뤘다.”

―제주도에서는 어떻게 지내나.

“휴식이 간절해서 제주도에서 한 해 살이 중이다. 남부지방이라 서울과는 식생이 달라 재미나다. 수종도 다양하고 서울과는 다른 지질과 기후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에서도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답사 모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날씨에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을 추천한다면….

“서울 종로구의 창경궁을 추천한다. 제주에 사는 남부 수종부터 북한의 국화(國花)인 함박꽃나무까지 별별 나무들이 다 있다. 창경궁이 아주 크지는 않아 위압적이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장세이#숲해설가#숨 쉬러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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