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美, 퇴사 막으려 車경품… 스쿨버스 멈춰 비대면 수업도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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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인력난 사례 보고서 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근의 대형 소매업체 A사는 최근 근무 태도가 좋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나눠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각한 구인난에 빠진 미국 기업들 중에 직원들의 퇴사를 막기 위해 A사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곳이 많다. 인디애나주의 일부 공립학교들은 얼마 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수업으로 바뀐 게 아니라 스쿨버스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는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인력난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담겨 있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400만 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적당한 인력을 뽑지 못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월급을 올려주거나 보너스를 새로 지급했다. 직접 채용박람회를 열어 신입 직원 채용에 나서는 곳도 있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기업 대부분이 근로자의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을 원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그만둘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달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한 기업인 모임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손을 들어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도 실렸다.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해 비상이 걸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직장을 그만둬도 더 좋은 곳에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졌다. 팬데믹을 계기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해 미국의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일을 그만둬도 일주일당 수백 달러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구인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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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이 보너스와 높은 임금, 더 많은 직업훈련 기회를 근로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노력에도 근로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은 아예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미국 식당들이 구인난 속에 주방 요리와 홀 서빙을 돕는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소개된 로봇 ‘서비’는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주방에서 손님들의 식탁으로 음식을 나를 수 있다. 서비가 가져간 음식 접시를 웨이터가 고객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로봇 사용료는 월 999달러(약 118만 원) 수준이다. 음식 제조 로봇 ‘플리피’를 만드는 미소 로보틱스의 마이크 벨 최고경영자는 플리피 구매 주문을 매주 약 150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로봇은 기름의 온도를 감지하며 조리 시간을 잴 수 있어 감자튀김이나 치킨윙 같은 패스트푸드를 만들 수 있다.

연준은 이날 보고서에서 노동력 부족을 비롯해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 등을 거론하며 “미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기업들은 이런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이 향후 1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보고서는 12개 연방준비은행이 관할 구역의 경기 동향 평가를 취합한 것으로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구인난#인력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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