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초과이익환수 건의 거부”→“보고 안받아”…배임 선긋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0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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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답변)

“그 때 보고 받은 게 아니고, 이번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이 후보,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답변)

20일 국회 국토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분야의 초과이익환수 조항에 대해 “당시 보고받은 바는 없고 (건의가 있었다는 걸) 언론 보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 배임 논란이 불거지자 2015년 5월 대장동 사업협약 논의 당시 초과이익환수 건의는 이미 실무선에서 배제됐고 자신은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대장동 설계에 대한 배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말이 달라지고 있다”(김도읍 의원)고 주장했다.

● 李 “초과이익환수 건의, 실무선에서 미채택”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날 경기도 국감에서 이 후보를 향해 “지난(18일) 국감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 건의한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누가 건의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저에게) 건의하지 않았다. (조항) 삭제가 아니라 (대장동 사업) 공모가 끝난 다음에 협약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건의)했다는데, 그 당시 간부 선에서 채택 안했다는 게 팩트”라고 답했다. 초과이익환수 조항과 관련해 이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던 것에서 더 물러나 아예 건의가 이 후보에게까지 보고 되지 않고 실무자 선에서 정리 됐다고 한 것. 이어 “재벌 회장이 계열사 대리 제안하는걸 보고받는 경우가 있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초과이익환수 관련 이 후보의 과거 발언과 국감 발언을 비교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이 후보의 초과이익환수 조항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이 후보의 주장은 서로 모순, 배치되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이 후보가 9일 페이스북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것과 18일 국감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는 답변이 모순 된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협약 단계에서도 충분히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 후보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 李, “유동규 인사 자체 기억 못해”

야당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이 후보의 관계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유 전 직무대리 임명과 관련해 “인사에 지시나 개입한 적 있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인사 자체를 기억하지 못 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직무대리를) 임명했는지, (임원 인사가) 제 권한인지 잘 모르겠다.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이 후보의 답변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금까지 그렇게 논란이 됐는데 내용도 확인을 안 했나. 국감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매우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후보는 “확인해보니 유 전 사장 직무대리 인사는 제가 아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하게 돼 있고 사장이 없을 경우에는 행정국장이 대행하는데 그래서 제 기억에 없었던 것 같다”고 추가 설명했다.

이날 심 의원은 “앞으로 국민이 더 큰 인사권을 (이 후보에게)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는 지적에 이 후보는 비로소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느끼고 특히 자신의 권한을 오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틀 동안의 경기도 국감에서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답한 것은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남 변호사에 대해서는 “만난 적 없다”면서 “(남 변호사가 저와) 악수 한 번 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기억이 없다. 악수한 분이 한 30만 명 될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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