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의 40%를 갱단이 장악”…무법천지된 아이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0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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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선교단 납치한 갱단, 17명 몸값 200억원 요구

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납치 같은 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카리브해의 빈국 아이티가 점점 무법천지로 변해가면서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40%가 갱단에 장악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 60%가 빈곤층인 아이티는 정국 혼란과 대규모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치안 상황이 악화일로다.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내년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치안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19일 최근 미국인과 캐나다인 선교단 17명을 납치한 ‘400마오조’를 포함한 갱단들이 포르토프랭스의 40%를 통제하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갱단은 2010년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수도 동쪽의 캐난 지역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아이티 정부가 경찰과 군 병력 부족 현상에 직면하자 공권력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들에게 총을 쥐어준 것이 결과적으로 갱단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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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마오조’는 납치한 17명에 대해 1인당 100만 달러씩 모두 17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티 경찰은 납치범들과 접촉 중이다. 리스트 키텔 아이티 법무장관은 “협상에 여러 주가 걸릴 수도 있다”며 “몸값을 주지 않고 인질이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을 납치한 뒤 받아내는 몸값은 갱단의 주요 수입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갱단은 학교 가는 아이들, 노점상, 설교 중인 성직자까지 부자든 가난하든 가리지 않고 납치 범죄를 저지른다. 아이티의 납치사건 수는 중남미의 대도시 멕시코시티나 브라질 상파울루보다도 많다. 이들이 요구하는 몸값은 수백 달러에서 수백 만 달러에 이른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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