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나치 조력자, 1만1000명 학살 가담 혐의로 심판대에

뉴시스 입력 2021-10-20 14:45수정 2021-10-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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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나치 조력자가 19일(현지시간) 유대인 1만1000명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에서 서기로 일했던 이름가르트 푸르히너가 도주 3주 만에 붙잡힌 뒤 이날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고령이 된 그는 독일 북부 이체호에 있는 법원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푸르히너는 1943~1945년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수석 비서 겸 서기로 근무하면서 유대인 1만1000명 학살에 가담(살인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18세였던 점을 고려해 소년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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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재판은 그의 도주로 3주 만에 열렸다. 푸르히너는 재판을 앞두고 자신이 거주하던 요양원을 나와 함부르크 외곽으로 도주했다 경찰에 체포됐고, 경찰은 그를 닷새 동안 구금하고 전자팔찌를 부착했다.

푸르히너는 실크 무늬 스카프와 선글라스, 의료용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법정에 출석했으며, 판사의 요청에 따라 스카프와 선글라스를 벗고 하얗게 샌 머리를 쓸어 넘기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의 변호인은 푸르히너가 재판 중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신원을 확인했지만 이 외에 판사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그는 공소장이 낭독되는 동안 귀를 기울이는 듯 했고, 때때로 얼굴을 문지르거나 전자팔찌를 만졌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치한 유리벽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우슈비츠로 보내질 수감자 리스트와 호페 사령관의 지시문 및 서신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법원은 그가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대인 학살을 돕거나 방조했다는 의미다.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일어난 참혹한 학살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수감자들에게 키를 잰다고 속여 놓고 의사로 위장한 나치 친위대(SS) 대원들이 인접한 방에서 목을 쏠 수 있도록 위치를 정했는데, 이 방법은 30명을 2시간 내에 사살하는데 사용됐다. 그 후 시신은 호스로 운반돼 불에 태워졌다.

수감자들을 독성가스 ‘치클론(Zyklon) B’가 가득찬 방에서 집단 학살하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수감자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피부를 할퀴었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푸르히너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진 않지만 나치 지도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는 분개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푸르히너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나치 관련 전범 재판에 회부된 여성이다. 브라덴부르크주 노이루핀 법원에선 나치 경비원으로 일했던 100세 남성이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2011년 독일 검찰은 2만8000명을 학살한 폴란드 소비보르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좀 데마뉴크를 기소, 직접 가담자가 아닌 부수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기소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되던 중 옥사했다.

푸르히너에 대한 재판은 몇 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의학적 조언에 따라 심리는 하루에 2시간으로 제한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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