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숨진 母의 마지막 선물, 父 영정사진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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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20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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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틀 만에 뇌출혈로 숨진 어머니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접종 전 아들에게 선물을 남겼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전 기준 84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AZ 백신을 맞은 어머니 A 씨(73)는 6월2일 오후 4시경 손녀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는 병원 이송 도중 7번의 심정지가 왔고, 결국 병원 도착 2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청원인은 “의사는 어머니의 사망원인이 뇌출혈(지주막하)이라며, 시간의 개연성으로 볼 때 백신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보건소에 접수해줬다”며 “어머니는 접종 전 혼자 밭에 가서 파와 상추도 심고 손주들을 보살필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라고 토로했다.

이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던 청원인에게 어머니의 지인이 찾아왔다. 청원인은 어머니가 평소 지인에게 ‘만일 내가 백신 접종하고 잘못되면 집에 100만 원을 숨겨 놨으니 아들에게 그 말을 꼭 전해 달라’고 장난삼아 말을 건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청원인은 옷장 속 아버지 영정사진 밑에 남겨진 돈 봉투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청원인은 “그 말이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 될 줄 몰랐다”며 “봉투 발견 후 저와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 어머니께 10만 원씩 드린 용돈인데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하고, 애들 간식 사주고 조금씩 남은 돈을 모으셨던 것”이라며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 돈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청원인은 “3살 딸아이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찾는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면서 “어머니는 국가와 주위 사람, 손주를 위해 접종했는데 한 줌의 재가 돼서 돌아가셨다. 부디 저희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밝혀 주시고, 저처럼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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