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후 5일간 방치, 감시앱 안 깔아도 제재 없어… 재택치료 혼란

김소영기자 ,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입력 2021-10-19 17:59수정 2021-10-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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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최모 씨(36·여)는 최근 남편과 2살 딸 등 가족 세 명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했다. 이달 3일 최 씨의 딸이 가족 중 가장 먼저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8일까지 재택치료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수칙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담긴 재택치료자용 키트는 보건소로부터 이달 10일에야 받았다. 최 씨는 “재택치료라는 상황을 처음 겪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이 방치돼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재택치료자들이 보건소 대신 재택치료 협력병원으로 문의를 하기 시작하면서 병원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도 했다. 재택치료 협력병원은 확진자의 건강상태 모니터링과 응급상황에 대응을 하는 곳인데 재택치료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 각종 문의를 했던 것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는 재택치료자들에게 ‘요구사항을 만족시켜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보건소와 통화 안 된다고 협력병원 비상연락망을 사용하시면 절대 안 된다. 병원 연락망 폭주로 비상 응급 대응체계가 무너져 응급 진료가 안된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가 재택치료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 재택치료 시작했지만 건강 모니터링 담당 병원조차 몰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의 핵심인 재택치료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19일 0시 기준 전국의 재택치료자는 2627명으로 9월 23일 8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11월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재택치료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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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재택치료가 가능하려면 확진자가 집에 있더라도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보건소의 협력병원이 비대면으로 확진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서울에 사는 A 씨(22·여)는 재택치료 시작 5일째가 되어서야 협력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그 전까지 A 씨는 자신을 담당하는 병원이 어딘지조차 알지 못했다. A 씨는 “만약 재택치료 대신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다면 다른 사람과 생활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적어도 내가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 상황대로라면 다른 확진자들에게 재택치료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재택치료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상자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달 14일까지 재택치료를 받은 김모 씨(27)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택치료를 시작한 지 7일째 되는 날 집에 도착한 안내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며 “재택치료가 끝날 때까지 앱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재택치료가 끝난다는 안내를 받을 때 처음으로 재택치료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 “보건소 업무 효율화 해야”
일선 보건소 등에선 사실상 ‘예견된 혼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백신 접종과 선별진료소 운영 등으로 과부화가 걸린 상황에서 재택치료 업무까지 현장에서 다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서울의 B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이 확진자들을 방치한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며 “감당할 현장 인력은 없는 상황이라 조치할 방법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자들에게 제때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소의 업무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 운영단장)은 “재택치료자용 키트나 소독제, 약 배송과 같은 단순 업무는 민간에 아웃소싱해서 보건소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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