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중국 빈집 1억 채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10-19 03:00수정 2021-10-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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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은 매년 구이청(鬼城·귀신마을) 지수를 발표한다. 빈집이 많아 귀신마을로 불리는 곳들의 순위를 매긴다. 불과 5년 전까지 빈집이 절반 정도면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요즘은 10채 중 7채는 빈집이어야 귀신마을 축에 속한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택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중국 빈집이 1억 채에 다가섰다. 귀신마을이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됐다.

▷영국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 미분양 아파트를 3000만 채로 추산했다. 이와 별도로 분양 후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가 약 1억 채이다. 중국은 부동산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미국이 지난 100년간 사용한 시멘트를 중국은 최근 3년간 집 짓는 데 썼다고 한다.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 모델이 끝을 보이고 있다. 남은 건 빚과 빈집이다.

▷중국에서는 10년 전부터 도시 주택 5채 중 1채가 빈집이었다. 그런데도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투기 때문이다. 개발업체들은 대박을 꿈꾸며 빚으로 집을 짓고, 수요자는 일단 사놓고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성장에만 목을 맨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방치했다. 결혼 문화와 부동산 투기를 연결짓기도 한다. 1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소황제’(하나만 낳아 황제처럼 키운 응석받이)를 결혼시킬 때 집을 장만해 주려는 것이다. 양가 상견례 때 목에 힘을 주려면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빚더미 개발업체가 쓰러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부실해진다. 도산 위기에 몰린 헝다(恒大)그룹의 부채만 약 355조 원이다. 공사가 중단되면 분양받은 사람들은 값을 치르고도 집을 넘겨받지 못한다. 건설업체와 은행, 가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던 한국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집값이 안정적이고 부실한 개발업체는 소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빈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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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넘쳐나는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대도시나 인근의 쓸 만한 빈집을 여러 채 가진 부유층들이 값이 오를 때까지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집이 늘어도 도시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투기 바람을 타고 외곽에 마구잡이로 들어선 빈집들은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집들도 늘고 있는데,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현재 방치된 빈집이 150만 채에 육박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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