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이 남원 살릴 수 있어… 서남대 캠퍼스에 종합대 건립을”

이종승 기자 입력 2021-10-19 03:00수정 2021-10-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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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에듀]김대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 이사장
김대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 이사장이 남원의 ‘대학주도성장’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민간이 중심이 된 대학주도성장은 대학정책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이사장은 지금도 가끔 서남대 교정을 찾는데 폐교의 회한을 대학 복원으로 만회하는 걸 다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할머니, 할아버지도 대학이 중요한 걸 안다. 남원시민들은 대학이 들어온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 남원에 대학을 복원시키려는 김대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 이사장의 말이다.

남원이 대학 복원을 통한 지역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남원이 대학을 다시 세우려는 것은 2018년 서남대 폐교로 인해 직면한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8월 말 기준 남원시의 지방소멸위험 지수는 0.272이다.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단계로 30년 후인 2050년에 남원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학 복원은 남원의 청장년 2000여 명이 결성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이 주도하고 있다. 7일 김대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 이사장을 만나 왜 남원에 대학이 다시 들어서야 하는지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서남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폐교 과정을 지켜봤고 현재 남원에 거주하고 있다.

―왜 대학을 통한 지역회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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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이 남원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천년고도 남원이 서남대가 없어진 후 급격히 활력을 잃었다. 저출산, 초고령화에 서남대 폐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노인들만 사는 도시로 전락했고 청년문화가 소멸됐다. 남원은 오후 8시만 되면 암흑으로 변한다. 대학 인근은 폐허가 됐고 시 상권은 초토화됐다. 학생들로 넘쳐났던 서남대 주변 일부 원룸은 가축 사육장이 됐다. 대출을 받아 서남대 근처에서 상가를 운영했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학과 연관된 연구시설과 지역경제를 이끌 기반이 전혀 없다 보니 기업 유치가 힘들어 도시의 성장동력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말마따나 남원은 심각한 상황이다. 남원시의 인구는 매년 1.6%씩 감소하고 있는데 주요인은 한 해 1000명 가까운 젊은층이 빠져나가는 데 있다. 최근 5년간 19세 이하 인구는 3.7%씩 감소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4.6%씩 증가하고 있다. 이 결과 남원 인구는 8만 명도 무너져 8월 말 현재 7만9933명에 불과하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만3083명으로 전체 인구의 28.8%나 된다. 지역경제도 무너져 소득 감소도 악화일로다. 남원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관광 산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몰락했다. 남원시의 2019년 1인당 지역총소득은 283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의 75%에 불과하다. 고용 창출과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남원시가 사매면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77만5646m² 규모의 일반산업단지에는 단 3곳의 기업만 입주해 있다.

―대학을 어떻게 복원시킨다는 것인가.

“폐교된 서남대 의대 49명을 바탕으로 대학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국내 대학이 서남대 의대 정원을 인수해 남원에 캠퍼스를 두는 것이다.”

―서남대 의대 정원만큼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논의도 있는데….

“남원 입장에서는 공공의대보다 옛 서남대 캠퍼스를 활용해 종합대학이 들어와 의대와 관련 학과를 세워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옛 서남대 캠퍼스 부지는 공매 절차가 진행 중이며 한 차례 유찰됐고 2차 공매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서남대 부지가 40만157m²(약 12만 평)나 되고 일부 건물은 상태가 나쁘지 않아 조금만 손보면 종합대학 캠퍼스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의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이 남원에 설립된다 할지라도 200명 남짓한 학생으로는 남원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의대 효과’를 누리려면 간호, 물리치료, 작업치료, 방사선, 치위생, 병원행정 등 의료보건학과도 같이 들어와야 한다. 이들 학과는 취업이 잘되니 학생들도 몰려올 것이다.”

―의욕만으로 대학을 육성하기는 힘들다. 지역대학들이 소멸 위기에 처해 오히려 지역의 짐이 된 것도 대학 활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남원의 대학 활용 전략은 무엇인가.

“‘대학주도성장’을 실증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의료, 보건, 정보기술(IT), 빅데이터, 로봇, 스마트 농업 등 남원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기업들을 유치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전제는 종합대학이 들어와 유관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다. 퇴직자의 제2의 고향, 일반 시민과 장애인들이 사는 데 장애가 없는 무장애도시(Barrier Free City) 전략도 인구 증가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장애도시 전략을 추진하면 남원은 스마트시티와 에코시티가 어우러진 아시아의 손꼽히는 ‘대학 기반 무장애 융합도시’가 될 수 있다. 국립공원을 낀 천혜의 자연환경, 고속도로 2개와 KTX가 지나는 뛰어난 교통 인프라, 동편제와 한류 콘텐츠 등은 아시아의 돈 많은 실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 수도권 대학 선호, 지역 일자리 부재 등 지역대학은 불리한 점이 많다. 악조건을 무릅쓰고 대학이 들어오려고 할까.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 들어올 것이다. 남원시민들도 대학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등록금 지원은 물론이고 졸업 후 취업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인재가 지역기업에 취업해 살아야 하기에 들어오는 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시와 시의회도 이런 민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도 시가 대학을 지원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이달 초 결성한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은 대학 세우기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궁극적으로는 대학 설립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포럼에는 대학유치위원회, 일자리창출위원회, 청년유치위원회, 청년미래비전위원회, 시민소통홍보위원회 등 대학과 청년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가 조직돼 있다. 이는 대학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대학이 설립될 때까지 어떤 일도 한다는 각오가 돼 있고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대학의 가치를 알아야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의 첫 번째 임무는 200여 명의 이사와 2000여 명의 회원이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지역과 중앙에 남원에 왜 대학이 들어와야 하는지 알리는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남원청년문화희망포럼#서남대#대학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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