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소수자 장관 육아휴가… “어떻게 모유수유 하나” “롤 모델 되는 사람”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0-17 14:31수정 2021-10-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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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첫 동성애자 장관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39)이 육아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일고 있다. 처음에는 정부 주요인사가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와중에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갑론을박이 커지면서 동성애 혐오 논란으로도 번지는 상황이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부티지지 장관은 올 8월 두 아이를 입양한 이후 육아휴가를 냈다. 부티지지 장관의 배우자는 교사 출신인 채스턴 글래즈먼(32)으로 두 사람은 2018년 결혼했다. 부티지지 부부는 지난달 쌍둥이 아이를 각각 한 명씩 안은 채 웃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입양 사실을 밝혔다.



부티지지 장관이 육아휴가를 간 것에 대한 비판은 주로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 마사 블랙번 공화당 상원 의원(테네시주)은 15일 트윗을 통해 “우리는 물류대란의 한복판에 있는데 백악관은 부티지지 장관이 육아휴가 중인 것을 숨기고 있었다”며 “부티지지는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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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성소수자인 사실을 조롱하는 듯한 언사도 있었다.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방송에서 “부티지지는 8월부터 ‘육아휴가’를 갔다고 한다”면서 “그가 어떻게 모유수유를 하는지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말을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부티지지 장관은 적극 반박에 나섰다. 그는 MSNBC방송에 출연해 “육아휴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 7일, 하루 24시간 일할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또 칼슨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는 육아휴가는 차지하고 분유를 먹이는 것의 개념조차 모르는 것 같다”며 “그러나 정말 이상한 것은 이런 비난이 가족의 가치를 강조해 온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라고 되받았다. 그는 이어 “우리야말로 진짜로 가족을 위한 행정부”라면서 자신이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된 것을 두고 “축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미국에선 법적으로 의무화된 육아휴가 제도가 없다는 사실도 쟁점이 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부티지지 장관이 필요 없는 육아휴가를 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참에 부모의 육아휴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윗에서 “모든 이들이 육아휴가를 갈 수 있도록 싸우는 행정부에서 일해 자랑스럽다”며 “부티지지는 육아휴가의 중요성에 관한 롤 모델이 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부티지지 장관은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사우스벤드 시장 시절이던 2015년 언론을 통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고백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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