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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김윤종]런던시의 ‘70년 대기오염 정책’이 주는 교훈

입력 2021-10-15 03:00업데이트 2021-10-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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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대란 속 탈(脫)탄소 속도조절론 제기
인류 차원의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할 필요
김윤종 파리 특파원
“원래 런더너(Londoner)는 숨쉬기에 좀 예민합니다.”

9일 영국 런던 도심의 주유소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이날 기자는 전 세계 공급망 붕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런던 일대 주유소들을 둘러봤다. 주유기마다 ‘미안합니다. 사용할 수 없습니다(Sorry. Out of use)’란 안내가 붙어 있었다.

간혹 이런 안내가 없는 주유기가 보여 다가서면 휘발유가 아닌 디젤(경유)이었다. 7곳의 주유소에서 디젤 주유기를 찾는 차량은 보지 못했다. 한 시민은 “디젤 차량은 환경에 안 좋고, 규제도 많아 타는 사람이 극히 적다”며 “런던은 스모그 악몽을 겪었지만 공기 질은 계속 좋아지는 편”이라고 했다.

런던은 1952년 12월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악몽을 겪었다. 화석연료인 석탄 난방 급증으로 극심한 대기오염이 발생해 1만 명이 사망한 환경재난이다. 1956년 청정대기법 제정을 시작으로 각종 화석연료 감축 정책이 꾸준히 시행됐다. 디젤 자동차가 도심에 진입하면 12.5파운드(약 2만3000원)를 내는 초저공해존이 재작년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런던 공기가 정말 좋아졌을까’란 의문에 영국 정부 통계를 찾아봤다. 대기오염 주범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1998년 m³당 4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지난해 15μg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세먼지는 26μg에서 13μg(PM10 기준)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런던 도로의 24%에서는 허용치 이상의 이산화질소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런던시의 대기오염 정책을 보면서 ‘한번 망가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최근 불거진 ‘탈(脫)탄소 속도조절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유럽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의 38%까지 늘렸다. 하지만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너무 빠른 풍력, 태양광 도입이 근래의 에너지 가격 급등이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가스 도매가격은 6일 연초의 7배인 단위당 407펜스까지 치솟아 최고가를 경신했다. 영국의 전체 전력생산 중 약 30%가 풍력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바람 양이 줄어 에너지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됐다. 프랑스도 이달 가스 가격이 12.6%, 이탈리아는 전기 가격이 29.8% 인상됐다.

‘탈탄소 속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질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친환경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이 줄고 에너지 효율 증가와 생산 다각화가 이뤄져 가격이 안정화된다”고 밝혔다. 정답은 알 수 없다. 누가 미래를 장담하겠나. 그럼에도 두 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현재의 기후 변화는 에너지 가격 폭등을 넘어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7월 서유럽 폭우, 8, 9월 미국과 남유럽 폭염과 산불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20년 내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해 극한기후가 8.6배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사실은 지금은 화석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과도기란 점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70여 년간 이어온 런던의 대기오염 정책처럼, 조금은 ‘길고 넓게’ 지금의 에너지대란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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