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의 ‘제약굴기’ 견제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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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세계 원료의약품 40% 생산
미국 내 수입 항생제 40% 중국산
中의약품 의존도 줄일 입법 예정

유럽연합(EU)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제약 공급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제약 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 의약 산업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하려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12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EU 보건장관 회의에서 “의약품 공급 의무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의약품 관련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전염병 발생 시 특정 의약품 공급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자칫 상대가 이를 무기화할 수 있는 만큼 ‘의약품 주권’을 지키기 위해 EU 차원에서 법 보강에 나선 것이다. 지금은 제약사와 계약 후 약품 공급이 지켜지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 EU는 해외 의약품 수입 의존도 감축 방안, 제약사의 공급 의무 강화안 등을 담은 입법안을 내년 말까지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인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약품 부족 문제에 대비하겠다며 항바이러스제, 해열제 등 26종류 의약품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중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장 정지 등을 이유로 자국 생산 의약품 수출을 조절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EU가 제약 분야에 있어 중국 등 제3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코로나19 백신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만 개발되고 EU와 서구 국가들이 백신을 구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의존하는 세계를 상상해보라. 좋은 세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EU가 의약품과 관련해 중국 견제에 나선 이유는 중국산 원료의약품(API) 비중이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API 없이는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호주 공공 뉴스 사이트 ‘더컨버세이션’은 “1990년대까지는 미국, 유럽, 일본이 세계 API의 90%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중국이 전 세계 API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의약품 무기화는 EU뿐 아니라 미국도 우려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소유의 앱 ‘틱톡’과 ‘위챗’ 사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중국 정부는 자국 의약품의 대미 수출 금지 방안을 검토해 논란이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이 수입한 항생제의 약 40%가 중국산이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u#중국#제약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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