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대권 4수 심상정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21-10-14 03:00수정 2021-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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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2일 정의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심 후보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당원투표 100%로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6044표(51.12%)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경쟁했던 이정미 전 대표(5780표·48.88%)와의 표 차는 264표에 불과했다. 정의당의 간판이나 다름없던 심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못해 결선투표로 갔다. 막판까지 승부도 아슬아슬했다. 당내에선 “또 심상정이냐”라는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운동가 시절 그는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이던 2003년 국내 최초로 산별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를 끌어낸 덕분이었다. 젊은 세대와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애칭도 생겼다. 국회에서 차분하게 팩트와 논리로 질의하는 모습은 과격해 보이는 진보정치인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이런 자산이 심 후보가 진보정당 소속으로 유일한 4선의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꽃길만 갈 수는 없었다. 2011년 진보세력이 뭉친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지만 당내 자주파(NL) 그룹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창당한 지 1년도 안 돼 갈라서야 했다. 심 후보는 진보 진영이 민감해하는 ‘종북(從北)주의’ 청산을 외치고, 천안함 위령탑을 참배하는 등 변신을 시도했지만 진보 진영 내 갈등은 장기화됐다.

▷2019년 조국 사태는 정의당의 정체성에 일격을 가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심 후보는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인준에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민주당과 손잡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이듬해 총선에서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결과였다. 하지만 역풍은 거셌다. “진보 정당이 기성 정당의 구태를 뺨칠 정도”라고 반발하는 진성 당원들의 탈당이 속출했다. 그나마 기대했던 선거제 개편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정의당은 6석의 미니 정당으로 주저앉았다. 진보의 위기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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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는 민주당을 ‘가짜 진보’, 국민의힘을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그런 질문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끼는 제3지대 유권자들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보수-진보 진영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상황에서 제3지대의 문이 쉽게 열릴 수 있을까. 앞으로 심 후보가 내놓을 차별화된 비전과 정책이 진보의 부활을 알리는 의미 있는 득표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대권 4수#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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