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틀어막아도… 은행 가계빚 한달새 6조5000억 늘었다

박희창 기자 입력 2021-10-14 03:00수정 2021-10-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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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준 역대 2번째 큰 증가폭… 금융권 전체는 7조8000억 불어
금융위, 내주 추가대책 내기로… 통화량 증가율 8개월째 10% 넘어
부동산 등 ‘자산 거품’ 우려 커져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조이기’에 나섰는데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풀린 돈도 1년 전에 비해 12% 넘게 급증해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다음 주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하는 데 이어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가계 빚 잡기’에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6조5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9월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새 7조8000억 원 불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년 전에 비해 9.2% 급증했다.

가계대출의 73%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69조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7000억 원 늘었다. 일부 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한 영향이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주택 매매 및 전세 자금 수요가 계속 이어지면서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시장 상황을 봤을 때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불확실성도 커 증가세가 진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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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금융위는 다음 주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자금이 꼭 필요한 서민층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세심하게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한은도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균형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75%인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시중에 풀린 돈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8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3494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조5000억 원(1.5%)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선 389조2000억 원(12.5%) 늘어 2008년 12월(13.1%)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통화량은 올해 1월부터 8개월째 10% 넘는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이 이어지는 데다 공모주 청약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8월에 10개 이상의 공모주 청약이 있었다. 청약 자금 유입이 많이 늘면서 통화량 증가 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통화량이 18조2000억 원으로 늘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필수재인 주택 가격이 뛰면서 대출이 늘고 통화량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며 “시중에 풀린 돈이 더 늘어나면 자산가격 거품이 커지고 이것이 다시 대출 증가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대출#은행 가계빚#자산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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