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농지’ 위에 ‘전기 농지‘ 얹으니 농가소득 ‘쑥쑥‘

정승호 기자 입력 2021-10-14 03:00수정 2021-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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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영농형 태양광’ 현장 가보니
벼 생산량 10∼20% 줄어들지만, 농외소득 늘어 전체 소득은 증대
그림자로 폭염 피해 감소 효과도
“소규모에 한해 운영 규제 완화를”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조합장이 11일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자신의 논에서 논농사와 햇볕 농사를 함께 짓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보여주고 있다.
11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들녘은 황금빛으로 출렁였다.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니 가을걷이가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드넓은 들판에 유독 눈에 띄는 논이 있었다. 대형 텐트 지지대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촘촘히 박혀 있는 축구장 4분의 1 크기의 논이었다. 지지대 위에는 수백 개의 태양광 패널이 비스듬히 얹혀 있고, 그 아래에선 벼가 알알이 여물고 있었다. 이곳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논밭을 묵히는 여느 농촌과 달리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 수익도 함께 얻는 복합 영농의 현장이다.

○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위기 대안

“오늘은 흐리고 비가 와서 발전량이 82kWh밖에 안 나왔네요. 볕이 좋은 날은 400kWh가 넘기도 해요.”

2867m²(약 867평)의 논에서 햇볕 농사와 벼농사를 함께 짓고 있는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조합장(63)은 “이달 중순 태양광 발전을 하는 논에서 세 번째로 추수를 한다”면서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영농형 태양광이라 부담이 크지만 우리 농촌이 살길이 이 길뿐이라는 신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 논은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다. 영농형 태양광은 광포화점 이상의 햇빛은 작물이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 태양광을 전력 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농지 면적의 30% 정도만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데 농지에서 영농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높이를 3m 이상, 가로세로 기둥을 4∼6m 간격으로 설치해 농지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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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농사를 지어 온 문 조합장의 관심사는 소멸 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리고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농사를 내려놓고 기후와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고민했다. 그가 2019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시범적으로 농사를 짓는 이유다. 그의 발전소 면적은 2145m²(약 650평)에 설비 용량은 99.7kW다. 여기에 투입된 사업비는 정책자금(77%)과 자부담(23%)를 합쳐 총 1억9600만 원. 지난해 발전소에서 얻은 순수익은 1276만8000원, 벼 소득은 141만 원으로 총수익은 1417만8000원이었다.

문 조합장은 “벼 생산량은 10∼20% 감소하지만 태양광 발전에 따른 농외소득까지 합하니 전체 소득은 이전보다 높다”며 “기계 사용은 물론이고 병충해 방제 등 농작업도 원활해 기존에 제기되던 농지 훼손과 환경 파괴, 지역 민원 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영농형 태양광을 ‘농촌 연금발전소’로

영농형 태양광은 한 번 설치하면 그 어떤 시설보다 관리가 쉽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연구 결과 태양광 설비의 그림자가 농지의 과도한 온도 상승을 막고 수분의 증발 속도를 늦춰 하부 작물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정착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농지법에서는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는 일부 염해 농지(소금기 많은 농지)에 한해서만 최장 20년 동안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 또 농업보호구역 내 농지는 잡종지로 전환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지만, 잡종지로 전용하지 않고 농지 지목을 유지할 수 있는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은 최장 8년으로 제한돼 있다.

태양광 발전은 초기 투자비를 장기간 운영 기간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여서 통상 20년 운전 기간을 보장해야 상업성을 담보할 수 있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농업인이 농지 전용 없이 영농형 태양광을 20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의 원래 목적인 영농 행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일부 농민단체도 절반 이상의 임차농(소작)이 농지에서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 조합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법이 개정된다면 “농사짓는 사람만, 농업진흥구역은 빼고, 농지 훼손과 지목 변경 없이, 100kW 미만 소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량농지는 식량 생산에 활용하고 농업진흥구역 밖 농지에서 영농과 소규모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소형을 강조하는 이유는 농민을 ‘태양광 자본가’로 육성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차농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는 “100kW급 발전만으로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순소득을 낼 수 있다면 농촌에서 기본소득 역할을 충분히 한다”며 “무엇보다 농지를 보전하는 공익적 기능을 그대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벼 농지#전기 농지#농가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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