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절반 그분 것”→“말한적 없어”→“갈등 막으려 언급”→“잘못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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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
‘천화동인 1호’ 세번 말바꾼 김만배

김만배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사실과도 다르다.”(9일 변호인단)

“구(舊)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 것.”(12일 새벽 김만배 씨)

“장시간 조사로 정신없는 와중에 잘못 말한 것이다.”(12일 낮 변호인단)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이렇게 말을 바꿨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2019∼2020년 김 씨와의 발언 내용을 녹취했으며, 지난달 27일 검찰에 녹취록과 녹음 파일 등을 제출했다.

검찰이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다음 날인 12일 김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 씨가 녹취록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과 무관치 않다.

○ 녹취록 ‘그분’ 놓고 세 차례 말 바꿔

김 씨는 검찰 조사를 마친 뒤 12일 0시 20분경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을 만나 녹취록에 담긴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한 맥락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구(舊)사업자 갈등은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김 씨 측은 9일엔 “김 씨는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했지만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자 김 씨 측 변호인은 “장시간 조사로 정신없는 와중에 (김 씨가) 잘못 말한 것”이라며 “질문의 취지를 이해 못 하고 잘못 답했다”고 해명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도 김 씨의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란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씨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수사가 유 전 사장 직무대리나 ‘윗선’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실탄 350억 원’ 등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이나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대장동 개발이익의 25%(약 700억 원)를 약속했다는 의혹 등을 부인하기 위해서라도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 씨의 주장이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과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 “일부러 허위사실 포함” “진실된 대화 없어”

김 씨의 오락가락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초 김 씨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진 지난달 말경 주변에 “정 회계사가 배신했다”고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후에는 “녹취록을 알고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씨 측은 “정 회계사가 녹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일부러 허위 사실을 포함하기도 했다”며 상식 밖 주장도 했다. 또 김 씨가 12일 정 회계사에 대해 “저는 한 번도 정영학 씨와 진실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한 발언도 7년여 사업을 함께하며 7000억 원대 이익을 나눈 사이에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녹취록 내용을 허위라고 몰아붙여 객관적 물증 없이 수사 확대를 막으려는 변호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올해 초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건넸다는 5억 원에 대한 해명도 오락가락했다. 김 씨는 5일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5억 원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전달된 5억 원 중 4억 원이 수표로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 씨 측은 “뇌물 명목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씨 측은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이 주된 증거라는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녹취록#천화동인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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