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핵잠 기밀 1억에 판매… 美해군 기술자 부부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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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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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넘기려다 FBI에 적발
NYT ‘러-中 아닌 우방 접촉’ 추정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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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척의 가치가 3조 원이 넘는 미국 핵추진잠수함의 기밀 정보를 1억 원에 다른 나라로 팔아넘기려 한 미국 해군 기술자 부부가 원자력법 위반 혐의로 9일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핵공학자 조너선 토비(42)는 지난해 4월 미국 군사기밀인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관련 자료를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고 해외 정부에 넘기려다가 거래 사실을 인지한 연방수사국(FBI)에 덜미를 잡혔다.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기술은 1958년부터 미국과 영국 두 나라만 공유해오다 지난달 미국이 영국, 호주와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하면서 호주에도 관련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비는 지난해 4월 “이것을 당신의 군 정보기관에 전달해 달라. 이 정보가 당신 나라에 큰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쓴 편지와 함께 핵잠수함 작동 매뉴얼, 암호화된 이동식저장장치 SD카드를 넣은 소포를 한 나라에 보냈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세계 63개국에서 활동 중인 법률담당관 중 한 명에게 발각됐고 그가 보낸 소포는 FBI에 넘어갔다. FBI 요원은 ‘밥(Bob)’이란 이름으로 해당국 정부 관계자처럼 연기하며 토비와 거래했다. 선불로 1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내 토비의 신뢰를 얻은 FBI 요원은 세 차례에 걸쳐 그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았다. 토비는 첫 약속 장소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SD카드를 땅콩잼을 바른 식빵 사이에 넣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거래 때는 각각 반창고 포장지와 껌 통에 숨겨 SD카드를 전달했다. 물건을 두고 갈 때마다 그의 아내 다이애나(45)가 망을 봤다고 한다. 그가 전달한 SD카드에는 핵잠수함 설계와 운용 등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었다. 이를 확인한 FBI는 곧바로 토비가 거주하는 메릴랜드로 출동해 부부를 체포했다.

NYT는 토비가 15개월 동안 해군 최고책임자인 해군 작전 최고사령관실에서 근무하면서 기밀문서 접근 권한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그가 거래하려고 한 국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나 중국 등 적보다는 우방일 것으로 추측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핵추진잠수함#해군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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