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대리 “미군 유해 찾아달라는 소녀 편지에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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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에 편지’ 칠곡 초등생에 손편지
참전 1400명 사연 담긴 책도 선물
“소녀 날갯짓이 한미 양국에 훈풍”

유아진 양이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보낸 손편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경북 칠곡군 제공
유아진 양이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보낸 손편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경북 칠곡군 제공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유해를 찾아 달라는 편지를 보고 너무 감동했단다.”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사진)가 최근 경북 칠곡군에 사는 유아진 양(11·왜관초5)에게 보내온 손편지의 일부다. 델 코소 대사대리는 유 양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조만간 직접 만날 것을 약속했다.

유 양은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 육군 제임스 엘리엇 중위(실종 당시 29세)의 유해를 찾아달라”며 8월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손편지를 보냈다. 유 양은 가족들과 왜관읍 석전리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를 찾았다가 엘리엇 중위의 추모비를 보고 그의 사연을 알게 됐다. 엘리엇 중위는 1950년 8월 27일 왜관철교 인근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섰다가 실종됐다. 그의 아내는 60여 년 동안 남편을 그리워하다 2015년 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해 5월 자녀들이 어머니의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아래 낙동강에 뿌렸다. 칠곡군은 2018년 엘리엇 중위의 사연을 담아 호국의 다리 인근에 추모 기념판을 설치했다.

이런 내용은 언론 보도를 통해 주한 미국대사관에도 전해졌다. 8월 11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 양의 편지를 올려 미국 현지에도 사연이 소개했다. 델 코소 대사대리는 최근 “작은 소녀의 날갯짓이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유 양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와 함께 선물도 전해왔다. ‘프로젝트 솔져’라는 제목의 책이다. 6·25전쟁에 참전한 22개 나라 참전용사 1400여 명의 사진과 각자의 특별한 사연이 담겼다. 엘리엇 중위처럼 한국을 위해 젊음을 바친 참전용사들이 세계 각국에 있다는 것을 유 양에게 알려주기 위해 선물했다고 한다. 델 코소 대사대리는 미군 장병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고 한미동맹 강화와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한 칠곡군과 백 군수에게도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유 양은 “편지를 보내주신 대사대리님께 감사드리며 엘리엇 중위님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미군 유해#소녀 편지#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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