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3A 원칙, 동의-사과-행동[Monday DBR/이수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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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메일함을 확인한 영업담당 김모 과장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얼마 전 거래를 시작한 신규 고객 A사가 보낸 메일 때문이다. A사는 지난주 배송받은 제품 중 일부의 색이 조금 다르다며 품질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제기했다. 아직은 거래가 많지 않지만 주요 고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판단한 김 과장은 변색은 품질이 잘못돼서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세히 적어 회신했다. 김 과장은 “이 정도라면 만족하겠지”라며 자신의 대응에 만족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A사와 관계가 좋아지거나 거래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연 김 과장은 고객의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일까?

세일즈 담당자가 고객 불만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모르쇠 유형이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사항에 무조건 발뺌을 하거나 제3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유형이다. 이런 반응은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는커녕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는 감정의 중추로 알려진 편도체라는 곳이 있다. 이 편도체는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즉 행동 반응을 결정하는 곳이다. 위기 상황이란 공포나 불쾌한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행동은 평소에는 전두엽의 이성적 통제를 받지만 위기 상항에는 편도체의 감정적 폭발에 좌우된다. 그래서 화가 나면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워진다. 세일즈 담당자의 모르쇠 반응을 접한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심한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감정이 상하고 편도체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고객의 험한 표현에 세일즈 담당자의 편도체도 폭발한다. 이 상태에서는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서로 잘잘못을 핑퐁하다 보면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만다. 만약 이런 싸움이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공개된 공간에서 일어난다면 다른 사람들은 세일즈 담당자와 고객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냥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결국 잠재 고객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고객 불만 대응의 두 번째 유형은 자꾸 설명하며 가르치려는 선생님 유형이다. 모르쇠 유형처럼 고객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겠지만 이 유형 역시 효과적이지 않다. 화가 나 있을 때 고객은 설명을 변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설명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고객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그 다음 설명에 나서야 한다. 불만이라는 감정의 해소는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상대가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게 만드는 데는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인 3A 방식이 효과적이다. 3A 방식이란 고객의 불만에 먼저 동의하고(Agree), 사과한(Apologize) 뒤 조치할 행동(Act)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 과장 사례에서 3A를 활용해 사과한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고객님의 말씀대로 품질 문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고객 입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제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찾아뵙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식으로 구체적으로 취할 행동을 보여준다.

물론 고객의 잘못이 명백하거나 섣불리 동의했다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 등으로 고객의 불만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때도 먼저 고객의 감정에 동의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A 고객이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이 생긴 것은 사실이며 책임 소재 가리기는 그 다음의 문제다.

마케팅에서 ‘진실의 순간’이란 말이 있다. 스페인 투우에서 유래된 말로 투우사가 소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최후의 순간, 즉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뜻한다. 세일즈에서 진실의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고객과 접촉할 때다. 특히 사과의 순간은 더욱 진실해야 한다. 상대방이 악성 고객이 되느냐, 충성 고객이 되느냐가 그 순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과 메시지를 보낼 때 3A로 작성한다면 고객 불만의 위기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2021년 9월 15일자)에 실린 글 ‘사과의 기술, 3A를 아시나요’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사과의 원칙#동의#사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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