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정상’ 쿠르츠, 부패 혐의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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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의 저스틴 비버’로 인기 얻어
2017년 31세로 연정구성 총리에
장관 시절 공금으로 여론조작 혐의
“혼돈 막겠다” 사퇴… 黨首는 유지

유럽의 ‘젊은 보수’로 떠올랐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사진)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의) 혼돈을 막고자 한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6일 오스트리아 검찰이 쿠르츠 총리와 측근 등 9명을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야당뿐 아니라 쿠르츠 총리가 속한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도 그의 사임을 요구해 왔다.

의혹의 핵심은 2017년 당시 외교장관이었지만 당내 영향력은 별로 없던 그가 정부 예산으로 여론을 조작해 총리가 됐는지 여부다. 그는 2016, 2017년 재무부 자금을 사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작하고, 이런 조사 결과와 우호적인 기사가 함께 보도되도록 하기 위해 한 신문사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재무부 예산 120만 유로(약 16억6000만 원)에 대한 청구서가 조작됐는지를 조사하고 있고, 최근 총리실과 재무부, 국민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쿠르츠 총리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고, 국민당은 검찰의 표적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앞서 검찰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부패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자 경제범죄와 부패사건을 전담하는 검찰 조직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연소 국가 정상’으로 통하는 쿠르츠 총리는 2013년 27세로 오스트리아 최연소 외교장관이 됐다. 훤칠한 키와 외모,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며 ‘정치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릴 만큼 각광을 받았다. 2017년 선거에서 자신의 이민 반대 정책으로 국민당이 승리하자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31세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당시 외신들은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갖춘 나라 중 중 최연소 국가 정상이라고 전했다. 2019년 5월 자유당 대표의 부패 동영상 스캔들로 연정이 붕괴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2020년 1월 진보정당인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다시 총리가 됐다.

쿠르츠 총리는 자신의 후임자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교장관(52)을 추천했고, 사임 뒤에도 제1당인 국민당 당수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국민당 내에서는 쿠르츠 총리의 지지세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의 정치 평론가 토마스 호퍼는 “사법적 결과는 모르겠지만 총리의 이미지에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쿠르츠#오스트리아 총리#부패 혐의#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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