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정상’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사임…부패의혹 檢수사에 백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0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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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연소 국가정상’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가 부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9일(현지 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츠 총리는 이날 기자 회견을 열고 “(정국의) 혼돈을 막고자 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앞선 6일 오스트리아 경제·부패 사건 검찰은 쿠르츠 총리와 측근 등 관련자 9명을 뇌물 수수 및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12일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쿠르츠 총리는 8일까지도 사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그의 사임을 요구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쿠르츠 총리는 외무장관이던 2016년부터 처음으로 총리가 된 이듬해인 2018년까지 재무부 자금을 사용해 여론조사회사가 자신과 국민당에 유리한 조사를 하도록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 타블로이드 신문사에 돈을 주고 이 조사결과를 보도하도록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총리와 측근들이 이에 관해 대화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6일에는 총리실과 재무부, 국민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쿠르츠 총리는 이 같은 혐의에 관해 “거짓말”이라며 부인해왔다.

총리는 의회에서의 위증 혐의에 관한 수사도 앞두고 있다. 의회 국정조사에서 총리는 자신의 측근이 공기업 지주회사 수장으로 임명되는데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것이 거짓말임을 보여주는 전화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쿠르츠 총리는 2003년 국민당에 입당해 연설 능력 등으로 주목받으며 2013년 27세로 최연소 외교장관에 올랐다. 특히 훤칠한 키와 외모로 ‘정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릴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2017년 이민 반대 등 강경 노선을 내세운 선거운동 끝에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31세 나이로 총리가 됐다. 하지만 2019년 5월 자유당 전 대표의 부패 동영상 스캔들로 연정이 붕괴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해 9월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다시 승리한 뒤에는 진보정당인 녹색당과의 연정을 구성하면서 2020년 1월 다시금 총리 자리에 올랐다.

쿠르츠 총리는 9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후임자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52)을 추천했다. 녹색당이 샬렌베르크를 후임 총리로 받아들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총리는 사임 뒤에도 제1당인 국민당의 당수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국민당 내에서는 쿠르츠 총리의 지지세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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