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급격한 신재생 전환에 ‘에너지 대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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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발전량 16% 풍력발전 줄자, 천연가스값-전기요금 연쇄 급등
전문가 “세계에 주는 불길한 신호”

선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화석연료를 퇴출시키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앞장서 온 유럽연합(EU)은 최근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열풍이 이번 에너지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첫 번째로 마주한 것은 전례 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사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이달 천연가스 가격을 12.6% 올렸다. 1∼9월 이미 44%를 인상했는데 또 올린 것이다. 이탈리아도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각각 29.8%, 14.4% 올렸다. 영국의 전기 요금은 1년 만에 7배로 뛰었다.

EU와 영국은 각각 전체 발전량의 16%와 25%를 풍력에 의존하는데 올해 예년보다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풍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이 여파로 전기 요금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에너지난의 원인이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 없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글로벌상품책임자는 “각국에서 필요 이상의 풍력, 태양광 시설들이 생기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과잉 투자된 반면 화석연료 산업은 급격히 빈곤해졌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은 향후 수년 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해 앞으로 에너지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여긴은 블룸버그에서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대란은 (탄소중립을 추진 중인) 전 세계에 주는 불길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중국도 석탄의 주요 공급처인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수입에 어려움이 생긴 와중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으로 당국이 엄격한 탄소 배출 억제책을 시행하자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유럽#신재생 전환#에너지 대란#화석연료#온실가스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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