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친환경 전환, 전례 없는 유럽 ‘에너지 대란’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8일 15시 01분


코멘트
동아DB
한국에 앞서 풍력·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인 유럽이 최근 전기와 가스요금이 급등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으며 급격한 탈탄소 전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대란 등의 사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난방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각종 에너지 요금이 급등했다. 지난달 말 프랑스는 천연가스 가격을 이달부터 12.6%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1~9월 이미 44%나 인상했는데 추가로 또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도 4분기(10~12월) 전기와 가스 공급 가격을 전분기 대비 각각 29.8%, 14.4% 올린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요금이 급등한 원인 중 하나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꼽히고 있다.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 일환으로 화력발전을 풍력이나 태양광, 천연가스 등으로 대체해왔다. EU는 전체 전기발전량의 약 16%를 풍력에 의존하는데 올해 예년보다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으면서 전기 생산량이 급감했다. 풍력을 대체할 전력원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 시간) “친환경에너지 시대에 첫 번째로 맞닥뜨린 것은 전례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라며 “거대한 에너지시장 구조 전환의 진통 속에서 글로벌 에너지시장은 외부 충격에 훨씬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얼진은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대란은 (탈탄소 정책을 추진 중인) 전세계에 주는 불길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취하려는 에너지 정책이 유럽과 많은 유사점이 있다”며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전환 정책은 모범적이었지만 실패도 치명적인만큼 이 실패가 미국의 앞날이 되지 않도록 유럽의 정책 실패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배출을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럽뿐 아니라 중국도 유례 없는 전력난을 겪고 있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탄소배출 저감 정책, 석탄·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