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연내 첫 화상 정상회담… 美-中 “충돌 피하자”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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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양제츠 스위스회담서 합의
美, 대만-인권-홍콩문제 우려 표명 “책임있는 경쟁위한 관여 필요”
中, 정상회담 합의 언급 안한채 “신냉전 추구 안한다는 발언 주목”
현안 해결보다는 갈등완화 모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안에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올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머리 맞댄 美中외교 책사들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고 있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오른쪽).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합의했다. 취리히=신화 뉴시스
머리 맞댄 美中외교 책사들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고 있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오른쪽).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합의했다. 취리히=신화 뉴시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양제츠(楊길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6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낸 성명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책임 있는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위급 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 정치국원에게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홍콩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탄압 등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소통 창구를 열어 놓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서 “양국이 충돌을 피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궤도로 관계를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합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 간 회담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3월 알래스카에서 미중 양 측이 거친 설전을 벌인 이후 7개월 만이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생산적인 조치로 평가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 있게 진행된 대화였다”고 했다. 그는 “강도 높은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이를 관리하기 위해선 강력한 외교가 요구된다”고 했다.

양국의 화상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2월과 9월 두 차례 시 주석과 통화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은 잡지 않은 채 적절한 타이밍을 탐색해왔다. 한국, 일본 등 동맹 및 우방국 정상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대면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지만 시 주석이 확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해외로 나가는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이 당초 첫 정상회담 시기로 봤던 이달 30, 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현장 참석은 하지 않는다.

미중 간 전방위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양측은 일단 상황 관리와 갈등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간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미국은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연합체)에 이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연합체)까지 출범시키며 중국 견제의 고리를 바짝 조이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무역정책과 관련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준수를 압박하면서 고율의 대중 관세 유지, 중국의 비(非)시장적 무역 관행 대응, 동맹국들과의 협력 등 향후 무역 기조를 최근 알렸다.

두 정상이 화상으로 얼굴을 맞댄다고 해서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을 풀어낼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무력 시위에 대해 “중국이 도발적인 행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바이든#시진핑#화상 정상회담#대중국 무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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