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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한국인은 근면”… 인종차별 논란 부른 美의원 발언

입력 2021-10-08 03:00업데이트 2021-10-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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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여성 고법연방판사 ‘칭찬’
중국계 의원 “개인특성 전체와 연결”
WP “고정관념이 非백인 분열 야기”
미국 야당 공화당의 중진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88)이 한국계 여성 최초로 미 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된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53)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판사에게 ‘한국인의 근면 성실한 직업윤리를 갖고 있다’고 축하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6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한국계 며느리를 둔 그래슬리 의원은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고판사의 인사 청문회에서 “한국에 관한 당신의 언급은 내 45세 며느리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며느리는 ‘내가 한국인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근면 성실한 직업윤리다. 무(無)에서 많은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었던 방법’이라고 했다”며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한국계)에게 축하를 건넨다”고 했다. 이에 고 판사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날 고 판사는 북한 출신인 모친이 1970년대 처음 미국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발언이 알려지자 미 하원 내 아시아태평양계 의원 모임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의 의장인 중국계 주디 추 하원의원(뉴욕·민주)은 트위터에 “선의라 해도 한 개인의 특성을 공동체 전체와 연결 짓는 것은 편견”이라며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동일시하는 것은 특정인에게 다른 사람의 행동마저 책임지게 만드는 학대와 같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아시아계 미국인 전진하는 정의’ 역시 “겉으로 온건해 보이는 고정관념 또한 피해와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반면 그래슬리 의원 대변인실은 “누군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기 위한 말이었다. 한국계 며느리를 둔 사람으로서 고 판사의 이민사에 공감을 표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WP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성실하다는 고정관념이 흑인, 히스패닉, 원주민 등 다른 소수자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크고 체제순응적이라는 소위 ‘모범적 소수자’ 개념과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비백인 사이의 분열을 야기할 뿐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이 차별을 받을 때 ‘너희 위치가 다른 소수자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는 의미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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