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 아프간 전쟁 실종자 0명… “생포된 탈영병도 구하려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0-08 03:00수정 2021-10-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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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없고 사망자 전원 유해 수습… 한국-베트남 전쟁 땐 수천명 실종
아프간, 대규모 전투 많지 않았고 유전자분석 발달로 신원확인 용이
NYT “직업군인 시대, 문화 변화… 시신도 찾아오는 게 국가의무 돼”
“명분 없는 전쟁 가치 부여” 해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월 29일 델라웨어주도버 공군기지에서 미 해병대원의 시신이 송환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대원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앞두고 아프간 수도 카불공항 앞에서 발생한 이슬람 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됐다. 도버=AP 뉴시스
20년간이나 계속돼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단 한 명의 미군 실종자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적진에 남겨졌거나 포로로 잡힌 미군이 없고 사망한 경우라도 유해를 수습해 신원을 모두 밝혀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전장(戰場)에 남겨진 군인은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고국의 품으로 다시 데려온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프간전에 투입됐던 퇴역 육군 대령 크리스토퍼 바넥은 NYT에 “계급이 아무리 낮고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군인이라도 미군은 실종자를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들을 구출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우선순위였다”고 말했다. 바넥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6년 넘게 복무했고 다수의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아프간전에서 실종자가 없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프간에서는 과거처럼 한꺼번에 많은 군인이 전사하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 정글지대가 많았던 베트남과 달리 탁 트이고 건조한 땅이 많아 실종자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유전자분석 기술의 발달로 수습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도 과거에 비해 순조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요한 이유는 1970년대 이후 징병제가 막을 내리고 직업군인의 시대가 되면서 미군 문화가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참전 군인들의 사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진에 고립돼 구출이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시신이라도 찾아오는 것이 국가의 신성한 의무처럼 됐다는 것이다. 과거 베트남전에서는 2500명, 6·25전쟁에서는 8000명의 미군이 실종됐는데도 수색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미군은 2009년 탈영했다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생포된 보 버그댈 이병도 구하려 했다. 당시 버그댈 이병을 구출하려다 몇몇 군인들이 부상을 입자 ‘병사 한 명을 구하는 데 너무 큰 희생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지휘관은 “단 한 명도 전쟁터에 남겨두지 않기 위해 국가는 무엇이든 한다는 사실을 여기에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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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버그댈 이병 구출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해군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지미 해치는 작전 과정에서 크게 다쳐 전역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2014년 포로교환으로 수감 중이던 탈레반 대원을 내어주면서 ‘탈영 병사’ 버그댈을 결국 복귀시켰다. 지금도 해치는 “그를 구출하려고 한 시도는 옳은 일이었다. 우리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한 명의 동료도 적군 손아귀에 남겨놓지 않는다’라는 말은 원래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의 신조였는데 지금은 미군 전체로 확산됐다.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도 전투에서 공을 세운 군인보다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군인에게 더 많이 수여됐다. 도덕적 명분이 분명치 않은 전쟁에서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가치를 찾다 보니 전우애가 특히 강조된 것이라는 해석도 일부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아프간 전쟁#탈레반#버그댈 이병 구출작전#그린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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