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연내 화상 회담’ 원칙 합의…전면 충돌 ‘파국’ 피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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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7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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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으로 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가운데 이번 합의를 양국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확실히 찾은 신호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간 회담 후 열린 브리핑에서 “연말 이전에 화상 양자회담을 갖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 주석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두 사람이 화상으로라도 서로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양국간 관계의 해빙(Thaw)’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두 정상간의 대화가 직접적으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홍콩 민주화 운동, 신장 위구르족,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 등 양측간 긴장이 고조될 사안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바이든 “대만 협정 고수” 발언 이후 미·중 정상회담 합의 성사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데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두차례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시 주석은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이후 약 600일간 중국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양 정치국원간 회담이 있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기존 대만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여전히 보고 있고, 대만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뒤 1979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대만과 단교하고 상호방위조약도 폐기했다. 이후, 사실상 준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1979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대만 고위 인사 방미 허용, 대만의 인터폴, 세계보건총회 등 옵서버 자격 참가 지지 등이 규정돼 있다.

또한 미국이 1982년 발표한 ‘6개 보장’은 대만관계법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 6개 보장엔 대만에 대한 제약없는 무기 수출, 대만 주권의 사실상 인정, 대만에 불리한 양안 관계 협상 강요 금지 등이 담겼다.

아울러 미-중간 3개 공동성명은 양국이 1972년, 1979년 그리고 1982년 채택한 공동성명으로, 양국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무기 판매량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기존 합의를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까지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취임 후 1년간 중국 정상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대만·신장위구르족·홍콩 등 미·중 갈등 요소는 산적

정상회담 개최를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양국간 갈등이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미국 모두 양국간 갈등요소에 있어 쉽게 물러서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격적 행동과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1단계 무역합의를 둘러싼 양측간 이견,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에 대한 인권 침해를 둘러싼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실제 이날 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양 정치국원에게 인권, 신장, 홍콩,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이 우려하는 여러 분야에 대해 언급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양 정치국원은 반응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중국 군용기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면서 크게 반발했다. 중국은 지난 4일 하루 동안 총 52대의 군용기를 ADIZ에 급파, 역대 최고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도 정상회담 합의 이후 대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여전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대중국 안보체 오커스(AUKUS) 발족으로 빚어진 미국-프랑스 갈등 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동은 도발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하다. 우리는 이런 행동이 중단되길 바란다. 잘못된 의사소통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별도의 인터뷰에서도 “누구도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는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또한 양국간 갈등의 아킬레스 건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에 “대량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인권 유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유럽과 북미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권유린을 이유로 올림픽의 초청을 거절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홍콩 문제도 마찬가지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의 주권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됐지만, 이에 앞서 영국과 중국은 홍콩의 체제를 50년간 지속키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중국은 홍콩 반환 23년 만인 작년 7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며 약속을 사실상 파기했고, 이에 영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1월 취임 이래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제재 조치와 함께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최근 홍콩 탄압을 명목으로 홍콩특별행정구에 있는 중앙인민정부 연락실 부국장 등 7명을 제재했다.

이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맞불’ 조치로,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미국 개인 6명과 기관 1곳을 제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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