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아파트 대안이냐 투기 불쏘시개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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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빌라촌. 2021.9.8/뉴스1
서울 시내의 빌라촌. 2021.9.8/뉴스1
이르면 11월부터 대도시 한복판의 자투리땅을 이용해 지을 수 있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세대별 면적이 넓어지고, 방 설치수도 확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8일(내일)부터 11월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7일(오늘)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달 확정한 고공행진 중인 집값을 잡기 위해 도심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한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기대감은 빠르게 증가하는 1,2인 가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주거수요 등을 감안할 때 필요한 조치라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이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등 정부의 규제 칼날에 비켜서 있어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부동산 투기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잖다.

● 속도 내는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우선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이름을 ‘소형주택’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소형주택의 세대별 주거전용면적 상한을 50㎡ 이하에서 60㎡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반 아파트처럼 다양한 평면이 가능하도록 주거전용면적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거실과 분리된 침실을 3개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거실과 분리된 침실이 1개만 가능하다. 다만 주차장 등 부대시설과 기반시설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침실이 2개 이상인 세대는 전체 소형주택 세대수의 3분의 1 이내로 제한된다.

국토부는 “2009년 도입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이 면적과 공간구성에 제한을 받아 신혼부부나 유자녀 가구 등의 주거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 1,2인 가구 증가에 대비한 대안 주거상품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민간개발업계에선 이번 조치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그동안 급변하는 주거수요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숙박시설, 기숙사 등 다양한 유형의 대안주거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특히 부동산개발협회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올해 6월 관련 세미나(‘포스트코로나 시대, 수요자 맞춤형 대안주거의 역할과 미래’)를 개최하고, 9월 초 열린 정부 관계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주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미나 등을 통해 “2005년 이후 올해 4월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모두 82만5000채로, 같은 기간 전체 주택의 24%에 달한다”며 “이를 통해 아파트로 집중될 수요를 일정 수준 막아주고,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2인 가구 급증, 직주근접·도심거주 선호 지속 등과 같은 주택시장의 구조를 바꿀 메가 트렌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공간이용 패턴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에 걸맞은 상품을 만들 수 있게 제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내놓은 기대효과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 도심 주택 분양가 급등의 주범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도시형생활주택이 1·2인 가구 및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분양가가 고공 행진하고 것도 우려를 키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도시형생활주택 ‘SK뷰 테라스(292채)’의 청약에 9만 2491명이 몰리면서 평균 316.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채에 불과한 3군(84T)에는 무려 2만 7739명이 접수하면서 2311.58대 1의 치열한 청약전쟁이 펼쳐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파트가 아닌 도시형생활주택이기에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의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해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에서 아파트처럼 간주되면서도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SK뷰 테라스도 분양가(3.3㎡ 기준)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3440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11억~13억 원이라는 높은 분양가로 논란이 됐었다.

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분양된 주택들의 분양가 상위 10곳 중 8곳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특히 1위인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경우 분양가가 무려 7990만 원에 달했다. 올해 분양된 인근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5280만 원)보다 2500만 원 이상 비쌌다.

지난해 분양된 서울 종로구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는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이 섞여있는데, 도시형생활주택 전용면적 24㎡의 최저 분양가가 4억1770만 원으로 같은 면적 아파트(2억7560만 원)보다 50% 가까이 높게 책정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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