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홀린 ‘오겜’… “韓 역동적 소프트파워, 세계 최고 모범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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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세미나서 한국 콘텐츠 찬사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여한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왼쪽 사진부터). CSIS 화상세미나 화면 캡처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여한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왼쪽 사진부터). CSIS 화상세미나 화면 캡처
“지난 주말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게임’ 9회 전부를 몰아서 봤다. K드라마의 매우 성공적인 문화 수출 사례이자 전 세계의 한류 센세이션이 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 사회를 맡은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소개하는 것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이 드라마가 전 세계 90개 가까운 나라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히트작이라는 설명에 이어 100만 명의 시청자를 이끌어낸 BTS(방탄소년단)의 최근 유엔 연설,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등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안보를 넘어―한국의 소프트파워와 한미 동맹의 미래’였다. 한미, 미중 관계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 비핵화 등 무겁고 딱딱한 외교안보 현안을 주로 다뤄온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가 다루는 주제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에 이것이 외교 정책 및 동맹 관계에서 갖는 역할 등을 학술적으로 분석해 보자는 취지다.

한미 양국의 안보 및 문화 전문가 10여 명이 함께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K팝과 K드라마, K푸드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분석과 함께 찬사가 이어졌다. 연사로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정치학)는 “한국은 경제적 성공과 활기찬 민주주의가 결합한 나라”라며 “이것이 한국 소프트파워의 바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문화에 대한 소프트파워가 잘 갖춰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범 사례 중 하나”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과거 ‘하드파워’에 대비되는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의 개념을 정립하며 이를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 접목시켜 온 거물 원로 학자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 강압이나 경제적 보상이 아닌 문화 같은 매력적 요소들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힘으로 정의된다.

나이 교수는 이런 소프트파워가 정부의 강제나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2007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소프트파워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퓨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슈퍼파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현재의 문화 중심 소프트파워를 팬데믹 대응, 기후변화 등으로 확장할 것을 제언했다. 소프트파워를 이용한 한국의 대북 외교와 관련해 그는 “TV와 드라마, 영화 같은 한국산 문화가 북한 내부로 전파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책)이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콘텐츠의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구 영화를 즐겨 봤지만 이것이 북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우리는 문화 사업 분야에서 한국의 역동적인 소프트파워를 보고 있다”며 “한국은 이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창의성과 자신감, 긍정적 힘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특히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음식과 문화, 음악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 고리를 찾을 것을 권했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의 취임 후 한일 관계를 풀어내는 데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 홀린#오겜#소프트파워#한국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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