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제품 물가 9년만에 최대 상승… 유가-환율-공공요금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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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2.5% 올라
6개월 연속 2% 넘는 상승률… 홍남기 “물가 2%선서 관리 총력”
“정부, 물가 못잡는다는 인상 줄땐, 제품 가격 인상 도미노 부를수도”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생산하는 A사는 최근 생산비가 크게 올라 비상이 걸렸다. 제품 원료인 원유(原乳) 생산업자들이 ‘가격을 10%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유 외에도 안정제 등 다른 원료비용도 몇 배씩 올랐다. 생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2% 선으로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2% 선으로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며 지난달 공업제품 물가가 9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물가를 2% 선에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환율 상승 등의 ‘3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4월부터 6개월 연속 2%대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2%를 넘은 것은 2009년 8월∼2012년 6월 이후 약 9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 유가가 무섭게 상승하며 9월 석유류(22.0%), 가공식품(2.5%) 같은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4% 올랐다. 이는 2012년 5월(3.5%)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관련 품목인 휘발유(21.0%), 경유(23.8%),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7.7%), 라면(9.8%), 빵(5.9%)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9월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3.7%)은 8월(7.8%)의 절반으로 줄었다. 돼지고기(16.4%)와 달걀(43.4%), 쌀(10.2%) 등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폭염 등 수급 차질 요인이 줄고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며 상승 폭은 매달 작아지고 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1.8%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2% 선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세,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3대 변수가 겹쳐 연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돼 전월에 비해 오름폭은 축소됐다”면서도 “국제 유가와 환율, 공공요금 등 물가 상방 요인이 더 많다”고 밝혔다. 우선 국제 유가 상승세가 연말 물가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4일(현지 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물은 2.3% 급등한 배럴당 77.62달러에 마감해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연중 최고 수준인 환율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3.6원 오른 달러당 1192.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90원대에 마감한 것은 1년 2개월 만이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수입 가격이 상승해 국내 물가도 오르게 된다.


공공요금 인상도 악재로 꼽힌다. 전기요금은 이달부터 인상돼 10월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가스요금 인상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를 못 잡는다는 심리가 생산업자에게 형성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올려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공업체품#물가상승#공공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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