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CD 4장에 망라한 ‘대금 인생 50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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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원 교수 ‘대금연주곡집’ 발매
산조부터 협주까지 다채로운 장르 “전통-세계 아우를 가능성 보여줘”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색채의 연주를 ‘임재원 대금연주곡집’에 담아낸 임재원 서울대 국악과 교수.임재원 교수 제공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색채의 연주를 ‘임재원 대금연주곡집’에 담아낸 임재원 서울대 국악과 교수.임재원 교수 제공
대표적 국악 관악기인 대금의 진면목을 집대성한 첫 음반집이 나왔다. 임재원 서울대 국악과 교수(64)가 최근 낸 ‘임재원 대금연주곡집’이다.

임 교수는 대금연구회 이사장, 국립국악원장을 역임한 대표적 대금 연주자이자 국악 교육자이며 행정가. 네 장의 CD로 이뤄진 이번 음반집에 그는 정악 독주와 산조부터, 가야금 기타 피아노와 이중주, 대금 협주곡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담았다. 29곡, 약 4시간 12분 분량에 걸쳐 다양한 장르와 연주기법을 망라했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실황과 스튜디오 녹음을 새로운 음향 믹스를 거쳐 채록했다. 대부분이 초연곡이거나 미공개 녹음이다.

최근 만난 임 교수는 “내년 2월 교수로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50년 국악 인생을 반추하고자 했다. 성악이나 현악 분야에는 종종 있었지만 국악 관악에서 이 정도의 분량과 레퍼토리를 담은 음반집은 종래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금은 청(갈대 속의 얇은 막)의 울림이 자아내는 청아한 음색이 영혼을 정화하는 악기죠. 삼국사기의 만파식적 설화에도 등장합니다.”

임 교수는 음반에서 고즈넉한 음색, 친근한 선율부터 현대음악의 실험성까지 대금의 넉넉한 음색에 유려하게 품어냈다.

윤중강 국악평론가는 “(임 교수가) 지금까지 대금 음악에서 이룬 모든 결과와 성과가 여기에 있다. 대금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가를 확인시켜 준다”고 평했다. 임 교수는 1990년 국내 최초로 개량 대금을 발표하기도 했다.

네 장의 CD는 음악의 다양성을 상징하듯 각각 춘, 하, 추, 동으로 명명됐다. 독주와 산조로 채운 ‘춘’이 전통의 힘을 보여준다면, 나머지 세 계절은 대금의 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에는 김일륜 중앙대 교수와의 가야금 이중주를 담았다.

구노, 카치니,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각각 피아노-대금 이중주로 해석해 잇달아 배치한 ‘추’도 흥미롭다. ‘대바람소리’(이상규 작곡)는 가야금, 피아노와의 이중주, 협주곡까지 세 가지 버전으로 담겨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다. 100여 쪽 분량의 국·영문 해설지와 도톰한 종이 케이스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임 교수는 “전통 곡의 높은 가치를 지키면서도 대금이 세계적 보편 악기와 협연하거나 그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여주고자 했다. 후배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록이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음반집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들을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임재원#대금연주곡집#산조#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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