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 위스키’ 돌풍 일으키며 국내시장 점유율 50% 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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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골든블루
자체조사 통해 36.5도 제품 출시
연산표시 안하고 판매품목 다양화
日 산토리처럼 세계서 인정 받는 ‘코리안 위스키’ 생산이 핵심과제

지난달 27일 부산 기장군 골든블루 공장에서 직원들이 위스키 병마개를 닫는 작업을 하고 있다. 36.5도의 저도주인 골든블루 위스키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난달 27일 부산 기장군 골든블루 공장에서 직원들이 위스키 병마개를 닫는 작업을 하고 있다. 36.5도의 저도주인 골든블루 위스키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지난달 27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 골든블루 본사. 위스키 공장 생산라인 앞에서 직원들이 짙은 푸른색의 각진 위스키 병에 마개를 닫는 ‘캐핑(Capping)’ 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조일자와 용량 등 위스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전자태그도 부착했다. 국세청 주류유통정보시스템에 제품정보를 전송하는 ‘RFID 리더기’를 통과한 위스키는 6병이 한 상자에 담겨 출하 준비를 끝냈다. 골든블루의 대표 제품인 ‘사피루스’의 포장 공정이다.

이 위스키는 2012년 출시된 뒤 2018년 단일 브랜드 판매량 국내 1위에 올랐다. 이강영 공장장은 “하루 8시간의 작업시간 동안 2만3000병이 이곳에서 포장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라인 하나가 더 가동돼 5만 병 정도가 생산됐다”고 설명했다.

골든블루는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국내 유일의 토종 위스키 기업이다. 윈저와 임페리얼 등 이름이 알려진 제품 대다수가 해외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국내로 들여온다. 2009년 골든블루 위스키를 처음 출시할 무렵 국내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다. 2017년 이후 골든블루 위스키는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꾸준히 넘겨 한국 대표 위스키를 생산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위스키에 대한 편견을 역으로 활용했기에 한국 대표 위스키 생산 업체가 될 수 있었다”는 게 골든블루 박용수 회장의 설명이다. 스카치위스키협회(SWA)는 ‘위스키는 40도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골든블루는 위스키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조사 및 마케팅 분석을 통해 36.5도의 저도주 위스키를 출시했다. 소주 도수도 25도에서 20도, 17도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데 위스키만 40도 이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도수를 낮춘 것이 더 많은 판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골든블루에는 ‘연산(年産) 표시’도 없다. 사피루스는 12년산, 다이아몬드는 17년산으로 간주할 뿐이다.

판매 품목도 다양화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더 도수를 낮춘 35도 ‘팬텀’을 2019년 출시했다. 알코올 향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블렌딩되고 고급스러운 검정 사각형 병으로 디자인된 이 술은 젊은 여성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대만을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인 ‘카발란’을 2017년부터 수입해 국내 유통했고, 2018년에는 덴마크 왕실의 지정 맥주인 ‘칼스버그’도 들여왔다. 경북 문경의 사과를 베이스로 해 전통방식으로 증류해 내놓은 ‘혼’은 고급 일식집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1년에 2000만 병을 팔았다면 지금은 유흥주점 영업단축 등으로 1200만 병 정도 팔린다”는 정병선 상무는 “2030세대가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이나 ‘홈파티’ 때 위스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대중적인 위스키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규정에 따르면 위스키는 1년간 숙성과정을 거치면 유통될 수 있지만 국내 판매 위스키 대다수가 12년산 이상으로 숙성기간이 길다”며 “1년 정도만 숙성해도 맛이 좋으면서 가격이 합리적인 위스키를 조만간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든블루는 ‘코리안 위스키’ 생산을 앞으로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골든블루는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가공한 뒤 보틀링(병입) 하는 방식으로 생산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100% 국산 위스키는 아닌 셈이다.

박 회장은 “일본과 대만이 위스키 종주국이 아님에도 각각 산토리와 카발란 위스키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많은 연구를 거쳐 위스키 맛을 결정하는 원액을 직접 만들어낼 것”이라며 “좋은 향과 깊은 맛을 내는 국산 위스키를 만들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저도주 위스키#골든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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