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 영상에 재미-공감… ‘코믹 숏무비’ 제대로 만들어 볼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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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당근이세요?’ 연출-제작 유현규-전상협씨
아내 대신 당근마켓 거래 남편들
디테일한 연기-연출로 화제 불러
보름만에 150만회 조회… 200만 눈앞

유튜브 영상 ‘당근마켓 남편들’로 화제가 된 유튜버 채널 ‘너덜트’의 전상협 유현규 씨(왼쪽부터)가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촬영장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튜브 영상 ‘당근마켓 남편들’로 화제가 된 유튜버 채널 ‘너덜트’의 전상협 유현규 씨(왼쪽부터)가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촬영장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당연히 유부남들인 줄 알았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아이 중고 장난감을 거래하러 나가본 경험이 수없이 많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2분 남짓한 유튜브 영상 속 그들은 유부남 그 자체였다.

“다들 저희를 유부남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둘 다 20대고 미혼이에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유튜브 영상 ‘당근이세요?’의 주인공 유현규(29), 전상협 씨(27)는 지난달 27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이들이 제작하고 직접 출연한 이 영상은 올 8월 14일 업로드 후 보름 만에 조회수 150만 회를 넘겼다. 3일 현재 198만 회로 200만 회 돌파가 코앞이다. ‘당근마켓 남편들’로 알려진 영상은 특히 기혼자들 사이에서 “저건 내 얘긴데?”라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연기도 연출도 완벽” “특히 연기가 압권” 등의 반응이 담긴 댓글 4300개가 달렸다. 유 씨는 “올 초 채널명 ‘너덜트(nerdult)’로 유튜브를 시작한 후 두 번째로 올린 영상인데 화제가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당근마켓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 장난감 양궁세트를 ‘대리 거래’하러 현장에 나온 남편들로 등장한다. 초점 없는 눈, 목이 늘어난 티셔츠 등 아무렇게나 입은 옷, 우물우물하며 끝을 흐린 의욕 없는 말투, 그 와중에 여러 차례 목례하며 예의를 차리는 모습,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아내에게 전화로 일일이 묻는 모습 등 현실의 ‘당근마켓 남편들’을 폐쇄회로(CC)TV로 들여다본 것처럼 재현했다. 거래 품목에 있던 과녁을 빠뜨리는 바람에 거래 불발의 위기로 치닫는 장면도 나온다. 2분 6초짜리 영상에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긴장감까지 담아낸 것.

유 씨는 “광고감독 출신이라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연기 칭찬이 많아 감사하다”며 “억지로 현장에 나온 걸 표현하려고 힘을 최대한 뺐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경험이 있는 전 씨는 “중고거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연기했다”며 “너무 어려 보이고 연기도 어색해 보일까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 즐겁다”고 했다.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이들은 당근마켓은 물론이고 유명 스타트업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유 씨는 “광고 제작을 의뢰하는 러브콜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너덜트 채널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주에 하나씩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게 자신들의 영상에 열광한 이들에 대한 도리라는 것. 전 씨는 “너덜트 채널을 시작한 이후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일상의 공감 포인트를 담은 짧고 속도감 있는 영상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덜트는 ‘너드(nerd·괴짜)’에 ‘어덜트(adult)’를 결합한 말이거든요. 2∼4분 내 재미와 공감을 모두 끌어내는 ‘코믹 숏무비’ 장르를 제대로 개척한 ‘괴짜 같은 어른’이 되는 게 저희 꿈입니다.”(유현규)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유튜브 영상#당근이세요?#코믹 숏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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