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처럼… 말에 책임지는 지도자 나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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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나라와 교회…’ 연말 출간하는 홍정길 목사
“우리나라는 적폐 극복하며 발전, 정작 우린 발전의 역사에 소홀
역사는 이념으로 기록돼선 안돼”
“언어가 인격… 막말 정치 사라져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빛홈타운’에 조성된 겟세마네 동산에서 만난 홍정길 목사. 가평=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빛홈타운’에 조성된 겟세마네 동산에서 만난 홍정길 목사. 가평=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이 공산화되는 세계적 조류를 거스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크게 발전했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굳건히 이뤘을 뿐 아니라 반만년 역사 가운데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말 출간되는 대담집 ‘홍정길의 나라와 교회를 생각한다’의 일부다.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이자 장애인을 돕는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79)는 고 하용조 옥한흠 목사, 이동원 목사(75)와 더불어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려온 개신교 원로다.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빛홈타운에서 대담집 집필과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건립 마무리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신간은 어떤 책인가.

“선교사이자 목회자 신학자로 살며 영국에서 활동 중인 최종상 교수와의 대담 형식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5세 때 광복을 맞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이후 우리 나이로 여든이 될 때까지 현대사의 숱한 역사적 순간들을 겪었다. 책은 80년 인생 보고서이자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이 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온 80년 여정을 담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본 우리 역사는 어떤가.

“이른바 적폐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적폐가 그대로고, 우리는 극복해 왔다는 게 다르다. 그 극복이 영광이자 축복이다. 적폐의 좁은 눈으로 우리가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마저 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좁은 눈은 무슨 의미인가.

“세계에서 우리 역사를 보고 안 놀라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현대사에는 어떻게 우리가 역경들을 잘 극복했는지를 다루는 발전사가 없다. 역사가 팩트가 아닌 이념으로 기록돼서는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4·19혁명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원하면 물러나야지라며 지팡이 하나 짚고 내려왔다. 그게 민주주의다.”

―팬데믹 이후 교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비전은 어떤가.

“코로나도 능히 극복할 것이다. 교회는 지하묘지인 카타콤에서 300년 동안 숨어 지내면서도 끝내 이겨냈다. 코로나 시대에 희망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소망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복음이 갖는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일부 목회자의 정치 활동으로 종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정통 교회의 리더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소수가 된 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수록 그 울림은 작아질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경선이 한창이다.

“먼저 남을 악하게 표현하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언어는 인격이다. 인격자는 공부를 많이 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광복 이전은 도산 안창호 선생, 광복 이후에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분 모두 변변한 학력이 없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

홍 목사는 다음 달 초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 산책로와 14개의 기도실이 있는 겟세마네 동산도 조성됐다. 한국어를 비롯해 히브리어, 몽골어, 타갈로그어, 태국어 등 24개 언어로 된 기도문이 산책로 벽면에 설치됐다. 14개의 숫자는 예수와 12제자, 사도바울을 상징한다.

―복지주택 건립에 5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수십 년 해외에서 살다 돌아온 선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귀국 후 거주할 곳이 없다는 문제였다. 가평 등 경기도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적지 않다.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은퇴 후 사역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가평=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홍정길 목사#나라와 교회…#최종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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