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부업, 업무 역량 키우는 당근[Monday DBR/김명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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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라는 말이 유행이다. N잡러란 본업 외에 여러 개의 부업이나 취미 활동에 참여하며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술이 발전하고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본업을 가진 직장인이 부업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기회가 현저히 많아졌다. 미국의 경우 440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부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직장인의 부업 활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여전히 부업을 불필요한 일로 폄하하고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본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는 상당히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N잡러들이 부업 덕분에 오히려 본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오리건대, 애리조나대, 네브래스카 링컨대 연구진은 부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며 부업이 본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N잡러들은 개인 맞춤형으로 부업을 설계하며 주인의식을 갖고 부업에 참여하는데 이렇게 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일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경험한 직원은 본업에서도 더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2개의 연구를 실시해 부업이 본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 간 차이나 내적 동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부업이 있는 정규직 직장인 337명을 대상으로 3주 간격으로 3번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10년 경력 이상의 부업이 있는 정규직 직장인 80쌍을 2인 1조로 묶어서 10일간 참가자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생각, 느낌, 행동 및 또는 환경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2개의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부업의 자율성, 중요성, 정체성, 피드백 가능성, 기술 다양성 등이 높을수록 근로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임파워먼트를 경험한다. 특히 수입 증가, 타인과의 교류 등 부업의 동기가 명확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둘째, 부업에서 임파워먼트를 경험한 근로자들은 부업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본업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이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결과적으로 본업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집중력이 분산돼 본업의 성과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긍정적인 측면에 비해 영향력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 결과는 N잡러들이 부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한 본업에서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충분히 부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업은 N잡러들이 스스로 어떤 일을 어떻게 수행할지 계획할 기회를 주기에 N잡러들에게 임파워먼트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조직에 소속돼 일을 하는 본업은 근로자들의 소속감과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사회적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즉, 본업과 부업은 근로자 개인의 삶과 조직에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부업에서 겪는 임파워먼트 경험은 본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이는 본업의 주의분산과 같은 방해 요소에 비해 성과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또한 그 영향력은 부업의 동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현명한 기업의 리더라면 이 같은 부업의 특징을 역으로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업이 본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직원의 부업을 금지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오히려 직원들에게 맞춤형 부업을 장려하는 것이 조직이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가치를 보충해주는 의외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부업을 통한 임파워먼트 경험은 부업을 통해 수입을 늘리거나 사람들과 연결되거나 안정을 찾는 등 부업에 대한 동기가 높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본업과 부업은 개인의 삶과 조직에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28호에 실린 글 ‘N잡러 김 과장의 부업을 막아야 할까?’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맞춤형 부업#n잡러#임파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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