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양종구]바가지 대중 골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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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 인구가 늘면서 대중 골프장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국내 골프장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 늘어났다고 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경기도의 한 대중 골프장 사례를 보면 1000원대 막걸리를 1만2000원에 판다. 떡볶이 가격도 시중의 10배가 넘었다. 카트 사용료는 10만 원으로 똑같은 경남 의령에 있는 대중 골프장에 비해 20배나 비쌌다.

▷주말골퍼라면 대부분 느끼고 있던 문제가 국감 무대에까지 오른 이유는 골프장들의 횡포가 그만큼 지나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청정지역으로 생각하는 골프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 내장객은 467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는 지난해 골프 인구가 515만 명으로 1년간 46만 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골프장 부킹은 사실상 전쟁이 됐고 모든 비용이 덩달아 올랐다.

▷대중 골프장들은 골퍼들이 몰리자 입장료와 카트 사용료, 캐디피 등을 올리면서도 서비스의 질은 개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1년간 대중 골프장의 입장료는 평균 2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입장료를 회원제(비회원 25만∼27만 원)보다 많은 37만 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카트 사용료와 캐디피도 1만∼2만 원씩 올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골프장에서 샤워를 못 하게 되면서 골프장들은 또 다른 부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수도세, 전기세에 인건비까지 아끼면서도 골퍼들에게 되돌려주는 곳이 거의 없다. 과거엔 공사 등으로 샤워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때 목욕비로 1만 원을 깎아줬다. 오히려 골프장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검사 관계로 불가피하게 당일 빠졌을 때 돈을 더 받기도 한다. 4명에서 3명으로 인원이 줄어들면 3명에게서 그린피 1만 원씩을 더 올려 받는다.

▷세금을 덜 내고 이익은 더 챙기면서 대중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회원제보다 두 배로 커졌다. 대중제는 개별소비세(2만2000원)도 면제인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의 경우 중과세 대상인 회원제와 달리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입장료를 오히려 회원제보다 비싸게 받으면서도 대중 골프장이란 이유로 일반 과세 혜택까지 받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폭리·갑질 골프장 정보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하지만 워낙 골프장 수요가 많다 보니 골프장들은 꿈쩍도 안 한다. 이런 ‘무늬만 대중제’인 골프장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한 때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대중 골프장#횡포#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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