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호스트바 새벽 1시 64명 술파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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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성손님-남성접객원 등 입건
방13개 강남 최대 규모… 단속때 만실
유흥종사자 ‘부녀자’ 한정 법규 허점
식품위생법 대신 방역위반만 처벌

2일 오전 1시 15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호스트바에서 남성 접객원, 여성 손님 10여 명이 방 안에 들이닥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이 호스트바에 있는 방 13개는 만실이었다. 서울수서경찰서 제공
2일 오전 1시 15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호스트바에서 남성 접객원, 여성 손님 10여 명이 방 안에 들이닥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이 호스트바에 있는 방 13개는 만실이었다. 서울수서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의 최대 규모 호스트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여성 손님과 남성 접객원 등 6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업소는 7월 무허가 룸살롱을 운영하다 단속되자 같은 장소에서 간판까지 그대로 둔 채 호스트바로 업종만 바꿔 영업하다 3개월 만에 다시 걸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일 오전 1시 15분경 강남구 대치동의 한 지하 호스트바에서 업주와 남성 접객원 40명, 여성 손님 23명 등 총 64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단속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며 폭행하고 신분증 제시를 거부한 남성 종업원 1명과 여성 손님 1명은 업무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소는 예약한 여성 손님들에게 술을 판매하며 이들에게 남성 접객원(호스트)을 들여보내 술을 따르게 했다. 업소 직원들은 손님을 특정 장소로 안내해 차량에 태운 뒤 약 1km를 돌아 지하에 위치한 호스트바로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잠복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직원들이 지하주차장에서 여성 손님들을 실내로 안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업소는 방이 13개이며 495m²(약 150평) 규모로 강남 최대 규모 호스트바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단속 당시 업소 내 모든 방은 만실이었고 대기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온 측정이나 출입자 명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업소는 7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여성접객원을 고용하는 등 무허가 유흥주점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하지만 단속 직후인 7월 중순부터 20대 남성 접객원들을 모아 호스트바로 업종을 변경해 영업을 재개했다. 경찰은 호스트바 업주가 식품위생법상 남성 접객원이 있는 경우 유흥주점으로 분류하지 않는 현행법의 틈새를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유흥종사자는 ‘부녀자’라고만 한정돼 있다.

이 같은 제약 때문에 경찰은 이 호스트바 업주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만 입건했다. 식품위생법상 무허가 유흥주점을 운영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흥종사자의 개념이 부녀자로 한정돼 있는 것은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적발된 업소는 “호스트바 영업을 한다”는 112 신고가 자주 들어왔던 곳이다. 이들은 폐쇄회로(CC)TV로 외부를 살피거나 문을 걸어 잠그는 등의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경찰은 잠복근무를 통해 불법 영업 사실을 확인했고, 소방과 함께 업소 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성업 중인 현장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의 유흥업소들이 단속을 피하는 법을 연구하거나 처벌 조항의 미세한 차이, 처벌 조항의 경중 등을 연구해 영업 수법을 교묘하게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강남 호스트바#만실#술파티#방역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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