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규, 돈 요구 과정서 정영학 뺨 때려”… 유 “노후자금 빌렸을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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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논란]
“김만배, 거액 요구한 유동규에게 700억 주는 방안 논의”
檢, 유동규 병원 응급실서 체포… 경찰, 김만배 등 8명 출국금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하반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거액을 요구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김 씨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개발이익 700억 원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 등을 확보해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별도의 회사를 세워 이 돈을 투자받는 방안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김 씨로부터 자신 몫의 개발 이익금 일부를 먼저 받은 뒤 지난해 11월 유원오가닉을 설립하고, 올 1월 유원홀딩스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5년 화천대유 측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700억 원 중 일부 금품을 받은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후 뇌물수수 혐의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지난달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1일 새벽 복통 등을 이유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뒤 출석 시간을 다시 미루자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26분 법원으로부터 사전에 발부받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검찰 조사에서 “민간사업자 선정 대가가 아니라 은퇴 후 생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며 차용증도 작성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 돈 요구 과정서 정영학 뺨 때려”… 유 “노후자금 빌렸을뿐”
‘유동규에 700억’ 방안 논의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외에 정영학 회계사와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도 1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 입장에서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는 각각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참고인과 피의자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화천대유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두면서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은 2019년부터 이권 배분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성공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일부 관계자들을 무마하기 위해 금품을 쓰고, 그 비용을 누구의 부담으로 할지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이때부터 약 2년 동안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등의 대화와 통화 내용 등을 녹음하고,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근거를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지난해 화천대유 관계자들에게 고액의 배당금 등을 거론하면서 거액을 요구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정 회계사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과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유 전 사장이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차명 소유한 유원홀딩스에서 실무적인 일을 맡았다.

검찰은 이르면 2일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화천대유 측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로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 배분 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됐다”고 밝혔다.

검찰과는 별도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 측의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제출받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김 씨,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 변호사 등 8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김만배#유동규#7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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