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속… 정의용 “美가 더 유인책 내야”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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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인터뷰 “北, 협상 막히자 핵 키워”
美 당국자 “北 반응부족이 문제” 반박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의 지난달 방미 중 발언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좀 더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전에 실시한 인터뷰라 해도 무력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최근 행태를 도외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WP 보도에 따르면 인터뷰 당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정 장관은 “북한이 북-미 회담 교착 상태를 미사일 및 핵능력 향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세부적인 인센티브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양측 간 불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이 자초한 고립을 들었다. 이어 “불신은 단번에 극복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전 종전선언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제시할 구체적인 조건을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 장관은 인터뷰 전날인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대담에서도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이 비판하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해 “중국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견제정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한국 외교 수장이 미국에서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다.

반면 미 고위 당국자는 WP에 “북한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응이 부족했기 때문에 협상이 교착됐다. 우리는 북한과 진지하고도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정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 도발#정의용#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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